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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r 09. 2024

글쓰기는 그라데이션이다

나에게 책은 세상을 밝게 보는 눈을 갖게 했고 글쓰기는 밝은 세상에서 유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처음 글쓰기는 내 마음속에 있는 커다란 덩어리를 부수어 털어내는 일 무의식의 흐름으로 무작정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다.

내 안에는 나 아닌 또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설거지를 할 때나 샤워를 할 때 머릿속에서 수다를 떠는 사람이다.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지 귀 기울였다가 글쓰기로 정리를 했다. 그렇게 매일 써 내려간 글쓰기는 나에게 심리치료사가 되어주었다.

혼자 하는 글쓰기에서 함께 글쓰기를 하면서 용기를 내어 블로그에 글을 발행했다.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분들이 생기면서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글쓰기는 나를 위로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게도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글쓰기는 심리적 산소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부럽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부럽다.

어느 날 작은애가

"엄마, 내가 그림 그리는 것 알려줄게"

딸은 하얀색 도화지에 물감과 물을 잘 배합해 썩어 꽃잎 가장자리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물을 붓에 살짝 적시어 꽃잎을 그려놓은 부분에 떨어뜨린다.

핑크색 물감이 하얀색 도화지에 가느다란 길을 만들어 천천히 살금살금 소리 없이 미끄러진다.

미끄러지는 물줄기는 핑크색에서 연핑크 연연핑크 흰색에 가까운 핑크로 번져나간다.

핑크색을 만들어 덜렁 한색으로 칠해 버린 꽃잎은 단조로웠는데 그라데이션 되어 있는 꽃잎은 생동감이 살아 있었다. 학창 시절 수채화를 그릴 때 물의 농도를 잘못하여 그림의 가장자리가 번져서  망친적이 있다.

그런데 그 번짐의 효과로 이렇게 멋진 꽃잎 한 장을 만들어 내다니 신기했다.

물의 양의 조절에 따라 그라데이션 효과를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글쓰기는 데칼코마니가 아닌 그라데이션이었다.

내가 쓴 글의 색이 읽는 이의 마음에 물감이 번지듯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물감이 글이고 물은 내가 사유하고 담아내어 전달하고 자 내용이었다.

물감이 진할수록 투박한 글이 될 것이다. 물의 농도는 진한 감동을 일으키면서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똑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데칼코마니가 아닌 번짐의 효과를 멋지게 살려내는 그러데이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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