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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Apr 16. 2024

렌즈사이로 보는 세상

차에서 내려 지하철역을 내려가는 순간 핸드폰을 뒷좌석에 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차에 핸드폰을 두고 내렸대"

작은애와 통화후 큰 애는 바로 차를 돌리겠다고 한다.

봄 꽃 나들이로 한창이라 도로는 차로 붐볐다.

주말이라 급한 전화 올 곳도 없으니 괜찮다 말했는데도

굳이 차를 돌려 핸드폰을 건네주고 간다.

결혼 박람회를 가기 위해 시내를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었을텐데 미안했다.


따사로운 바람이 부는 주말이었다. 약간의 미세먼지로 인해 희끄무레한 하늘이었다

작은 딸과 나는 창덕궁을 지나 북촌 한옥마을을 다녀왔다.

고즈넉한 한옥과 하늘에 맞닿아있는 빌딩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작은 골목 안에 오래된 분식집 앞에서는 줄을 지어 서있는 사람들의 행렬이 눈에 띄었다.

어디나 맛집과 소문난 가게는 시간을 투자해서 맛을 봐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들에 눈을 떼지 못하고 오랜만에 즐거움을 만끽했다


한옥마을 골목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이건 영어가 아닌 거 같은데?"

"웅, 독일어인듯해 엄마"

마주한 한옥 사이의 거리는 2m 정도 되는데 그 사이에 커플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 바빴다.

사진 찍기 위한 거리 확보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걸어 올라가야 했다.

한복을 입은 서양인들이 지나갈 때는 아름 답다라는 말을 전해 주고 싶었다.


"엄마, 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시끄러울까?"

딸에 말이 기와지붕을 타고 흘러갔을까 한옥 대문이 열리고 거주하시는 분이 나오셨다.

그 뒤로는 초등학생 고학년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보였다.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이 관광지라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고 주말이면 사람들로 인해 안락한 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엄마와 아이의 환한 얼굴에는 관광하는 우리들은 투명인간이었다.


서울 나들이를 주말에 한다는 건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일보다는 사람들을 보러 나온 듯했다.

관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피해 찍어 본들 맘에 드는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기다리며 연인들과 가족들이 사진 찍는 표정을 살펴보았다.

행복해 보였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였지만 어떻게든 상대방을 예쁘고 멋지게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역력함을 보였다. 사진 찍는 찰나의 순간을

들여다보는 나 또한 미소 짓게 했다.

한 일본 여인은 여러 포즈를 지어 보이더니 쑥스러운 듯 그만 찍자 손사래를 하며 연인에게 총총거리며 

다가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해가지는 무렵 전통찻집을 찾았다.

우리나라지만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옆테이블에서는 일본에서 온 중년부인들의 즐거운 수다가 끊이지 않았고 건너편엔 히잡을 쓴 여인과 그의 가족들이 찻집 안의 모습을 핸드폰 앨범에 한 장 한 장 눌러 담고 있었다.

창문 밖은  훤칠한 키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전문가 포스가 느껴지는 카메라를 들고 작품을 담고 있는 유럽인이 골목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큰애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엄마가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려 풍경을 찍지 못해 

아쉬워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창가에 앉은 나는 카메라 렌즈가 아닌 유리창을 경계로 내 눈에 찰나의 순간을 담았다.

일상을 즐기는 그들이 풍경이 되었다.

렌즈사이로 보는 세상속에 머물러 기록하느라 다른 곳을 바라보지 못하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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