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간 빠르게 솟구쳐 상대에게 범람하고 금세 소진되는 열정과 달리 상대를 손쉽게 이해해버리지 않으려는 배려가 스며있는 거리감은 가늘게 반짝이는 빛처럼 오래 유지된다.
매일 같이 전화해서 수다를 떨고 마지막에 하는 말은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끊는 이가 있었다.
단시간 빠르게 솟구치고 범람한 그 열정을 처음 대하는 나는 화상을 입은 듯 따가웠다.
그 따가움은 그 이와 헤어지고 흉터로 남아있다.
주는 게 많고 말이 많은 사람은 보상심리와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보기를 원했다.
불붙는 사랑은 질투의 화염 속에서 매캐한 연기만 가득했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뜨거운 것보다 뭉근하게 데워지는 사이가 좋다.
상대를 손쉽게 이해해 버린다는 건 내가 알고 있는 편견으로 상대의 마음 읽기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내가 겪은 경험대로 색안경을 쓰는 일이다. 배려가 없는 마음 읽기가 되는 것이다.
나를 객관화하여 상대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화염에 휩싸인 마음도 식혀주지 않을까
문장 수집 노트를 펼쳤다. 어디서 발췌를 했는지 궁금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초록창에 검색했다.
문학평론가가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쓴 글이었다.
블로그에는 리뷰가 없지만 분명 읽은 기억이 있었다.
요즘은 간헐적으로 습작을 하거나 기록하는 카스를 열었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는 책이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허기가 질 때가 있다.
폭풍흡입을 하듯 책을 읽었던 시기이다.
현실도피형 독서였기에 기록은 대체적으로 간단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