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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y 11. 2024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다.

사랑과 미움이 한 몸이듯 풍경에도 두 마음이 있다.
사람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풍경도 겉과 속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그 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속은 조용히 다가가는 이에게만 열어준다는 것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그 풍경과 더불어 자기만이 홀로 느끼고 감동할 수 있는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

페북에서...


허기진 마음은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찬 바람이 부는

황량한 들판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을 들게 할때가 있다.

그럴 땐 갈대가 흔들리듯 나도 같이 흔들려 보는 일이다. 오래전에 헛헛한 마음을 페북에 글을 쓰면서 달래곤 했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내 마음을 적어 내려 가는 일, 내가 나를 위로하는 일이었다.

글을 쓰며 알게 된 페친이 있었다.

그녀의 글은 나에게 평안을 안겨 주었다.

글을 읽고 있으면 방황하던 내 감정을 달래어 한 곳으로 끌어 모아 다독여 주는 듯했다.

남편의 권유로 페북을 시작했다는 그녀는 중국어를 전공했었고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녀의 집 거실엔 티브는 없고 책장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책장에서 그녀의 깔끔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작가였던 남편분과도 폐친이었다.

어쩌면 그녀의 남편분과 만남이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활발히 SNS활동을 하셨던 분이셨다. 당시 고등학생 아들 둘을 둔 단란한 가족이었다.

그녀의 글에 비친 가정의 행복함이 부러웠을지도 모르겠다. 남편의 자상함, 아내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같이 성장해 가는 모습이 아름다웠을 것이다.


에세이 같은 일상의 단상들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고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힘들어했던 나를 지지해 주었었다.

온라인상의 관계였지만 따스함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까? 물리적인 거리 때문이었을까?

페북계정이 없는 지금은 보고 싶은 언니를 찾을 길이 없다.





글은 그 사람의 첫인상과 같다.

"차암, 글 잘 쓴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었다. 나도 이런 글을 쓰면 좋겠다.

솔직한 듯한데 다 드러내지 않는 글에 매력이 있었다.

편안함과는 다른 은은함이었다.

그녀도 글과 처음 만났다.

글이 내 맘에 와닿는다는 건 내 영혼의 조각이 아닐까.

처음 글과의 만남에서 그녀의 글과 짝사랑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글로 만나고 책이 이어준 인연은 흩어져 있던 조각하나를 발견한 것 같은 기쁨이었다.


누군가와 첫 만남은 항상 설렘이라는 시원하고 달콤한아이스크림과 같다.

봄바람이 아직은 서늘하지만 햇살이 가득한 날 멋진 그녀와 데이트를 했다.

책 표지를 넘겨 가지런한 글씨로 첫 만남을 기념하는 문장까지 함께 선물 받은 날이었다.

김정운 교수는 사랑을 하는 사람은 스킨십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직접 만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동안 온라인상에서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은근히 친밀했던 마음은짙은 친밀감으로 덧칠을 했다.


그렇다.

"그 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속은 조용히 다가가는 이에게만 열어준다는 것."

자연의 풍경도 다가갈 때 홀로 느끼는 감동이 있듯, 사람에게 있는 두 마음도 그렇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며 나도 그녀 글의 첫인상과 닮은 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녀의 글이 세상에 책과 연결되는 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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