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명백한 한 형태, 부모가 자식에게 행하듯, 아끼는 대상을 아낌없이 아끼기 위하여 스스로를 아낌없이 희생하는 경우가 아낌에 있어서 ‘최선의 병적’인 상태다. 오래도록 두고두고 음미하기 위하여 발효의 시간을 기다리는 차분한 설렘도 아낌에 속한다. 그렇지만, 언제 어디서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욕망이고 보면, ‘아낀다’라는 말은 일종의 모독일 수도 있다. 쓰여지지 않고 간직된다는 것은 끌려보지 않은 선물 꾸러미 같고, 읽혀지지 않은 책과도 같다. 아끼다/마음사전
아끼는 마음, 내가 아끼는 물건이 있던가, 내가 아끼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아낀다는 말은 상처 입지 않도록 소중하게 다룬다는 말이 포함되어있다. 또한 소중한 물건을 흠집나지 않게 다루는 것이다. 헤지지 않도록 단정하게 관리하고 보관하는 행위가 뒤따른다. 귀한 것이기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바람이 담긴 마음이다. 영원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와 같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우리의 욕망일 뿐이다. 항상 곁에 있었으면 하는 욕망. 맘에 든 옷을 사놓고 보풀이 나고 헤질까봐 자주 입지 않고 아끼면 유행에 뒤떨어지는 옷이 되어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아끼는 순간 가질 수 없는 사랑이 돼버린다. 아끼는 마음이 설렘이라면 그 설렘을 기다리는 마음은 사랑일 것이다. 자식을 아끼는 마음에서 기다림은 재능을 찾아 밝은 세상을 살아가라는 부모의 기도이다.
신은 우리에게 주신 재능을 아끼지 말기를 바란다. 나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발견하고 나를 알아가는 일은 우리의 사명인 듯하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낀다는 것은 쓰여지지 않고 간직된 것을 끌어 올리는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