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는 행위는 현실의 표면에 흔적을 남긴다. 글을 쓰면 예전에 없던 것이 생겨나서 현실의 결여를 메우기도 하고 살짝 긁어 틈을 만들기도 한다. 글은 새김과 채움인 동시에 균열이고 틈새이다.
-라이팅 정신분석과 문학-
글쓰기를 같이 하자고 권유를 하면 대부분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답은 ‘나는 글쓰기를 못해’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쓸게 없어’ 등이다.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은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일까 각자 마다 다를 것이다. 기준선을 만들어놓고 우린 처음부터 목표지점에 가 있는 건 아닐까. 글쓰기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글쓰기를 하면 베스트 셀러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일은 잘 쓰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나를 돌아보고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내 마음에 감각을 일깨우는 일이다.
글을 쓰는 건 감각을 스트레칭하는 일이다. 굳어있던 나의 마음을 조금씩 풀어내는 일이다.
현실에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일이다. 또 다른 타인이었던 과거의 나와 화해하는 일이고 미래의 새로운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글쓰기를 매일 하는 일은 무의식의 근육을 유연하게 만드는 일이다. 매일 똑같은 자세를 하면 유연한 근육도 굳게 마련이다.
눈에 보이는 상처에는 덧나지 않게 연고를 바르기도 하고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연고를 신경써서 발라준다. 우리 기억 서랍 안에 기억 해내지 못하는 것들은 무의식의 깊은 우물 속으로 침전해 있다. 어둠 속에 있는 상처는 내가 밝은 세상을 바랄 때마다 사나운 용으로 변해간다. 그 용은 현실의 결여된 부분으로 나타나 나를 점령해버린다.
책을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아는 것을 글로 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누구를 가르치려는 글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내가 보고 느낀 감정을 일상에서 있었던 일을 은유와 상징으로 쓰는 글은 지식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유함에서 나온다. 사유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 다양한 어휘와 다른 작가들의 표현력을 배우기 위해 책은 읽게 된다. 책을 읽는 것보다 글쓰기가 먼저이다. 처음 글을 쓰면 당연히 비문도 많고 감정 표현 어휘도 서툴다. 쓰기 시작하면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때 나에게 필요한 책을 찾아 읽는다. 글쓰기를 위한 책 읽기는 정독할 수밖에 없다.
쓴다는 행위는 잘 쓰기 위함이 아니다. 밝은 빛을 바라는 우리의 뒷모습인 그림자가 균열이 아닌 여유의 틈이 되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