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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n 13. 2024

우연이란 주사위 놀이

우리가 추정하는 목적과 이성의 특수한 영역에도 똑같이 거인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우자! 우리의 목적과 이성은 난쟁이가 아니라 거인인 것이다. 아침놀/니체     


멋진 집을 짓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계획하고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린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커다란 벽돌이 떨어져 지붕이 무너져버린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상심하고 고뇌에 빠지고 계획 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하게 된다. 도대체 신은 존재하는 게 맞는 건지 불합리한 세상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니체는 불합리한 것은 우리 지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단테 또한 피렌체 공화국의 최고 위원까지 오르지만 정쟁에서 패배하여 결국 망명길에 오른다. 명성과 지위를 모두 잃은 채 황량한 유배지로 내몰리고 만다. 그는 절망의 순간에 궁극의 구원을 향한 내면의 판타지인 신곡을 쓰게 된다. 지옥과도 같은 삶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썼던 신곡은 그가 망명을 당하지 않았다면 탄생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피카소도 질투했던 베르나르 뷔페의 인생 또한 평탄하지 않았다. 몸이 약하고 성격도 소심해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집에서 책에 있는 그림을 따라 그리는 모습을 본 어머니는 야간 미술학교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낮에 다녔던 중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그런데 퇴학보다 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뷔페의 그림 재능을 알아봤던 선생님 한 분이 미술학교 한 곳을 추천해 준다. 그 학교는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에를 데 보자르'였다. 그후 생을 마감할 때까지 8000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의 인물 그림에서는 우리가 살면서 여러 가지의 페르소나를 만들어가는 모습의 민낯들을 볼 수 있다. 그는 내면세계를 직면하는 통찰력으로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봤다. 광대 그림에서는 인간의 비애와 고뇌를 그려냈다. 뷔페의 삶과 그림을 통해서 어머니의 사랑과 뮤즈이자 아내인 아나벨의 사랑이 그를 변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나에게도 하늘에서 벽돌이 떨어졌던 인생의 변곡점이 있었다. 눈을 감고 중간에 매듭이 있는 굵은 동화줄을 잡고 천천히 지나가 본다. 매듭이 있는 곳에 잠시 멈춰 인생의 주요 사건들을 하나씩 떠올려 본다. 내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조건들과 현상은 연관되어 이해 가능한 세계도 있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것들도 산재해 있다. 그건 내 지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인듯하다. 악몽이 시급한 일이 있으니 깨어있으라고 하는 의미이듯, 갑자기 떨어진 벽돌 또한 잠시 멈춰서 잘못 쌓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힘들었던 순간과 나를 괴롭게 했던 사람들을 돌이켜 보면 나의 내면의 성장을 가지고 왔었다. 수많은 우연의 주름들이 만들어 낸 산물이었다.


니체는 신이 우리의 지성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목적들과 그물들을 엮고 있다고 했다. 신의 무한한 시간 속에서 우리의 목적은 신의 주사위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극도의 제한된 유한한 시간 속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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