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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04. 2024

한 번도 뜯긴 적 없는 시간

이런 아침을 알고 있다. 뜯긴 적 없는 시간을 봉지째 받아 든 사람처럼 깨어난 아침. 창문을 열어 그날의 햇빛을 느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시작하는 아침, 화분에 물을 주며 “무럭무럭 자라라”하고 주문을 걸며 시작하는 아침. 콧노래를 부르며 갓 구운 빵을 사러 가는 아침. 알긴 아는데 좀 오래되었다. 이런 아침을 맞이한 게 언제였더라? 우리는 이런 아침을 어느 순간부터 잃고, 잊고 놓치게 된다. 수없이 잃어버리고 되찾기를 반복하다 결국 이런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늙는다.
고요한 포옹/박연준     


해가 뜨기 전에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놀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나만의 공간에서 내 책상에 앉아 말씀 묵상과 기도로 시작한다. 고요한 시간에 일상의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간다. 한 번도 뜯긴 적 없는 시간은 화려하고 고급진 명품 옷의 우아함은 아니지만 구김 없이 새 옷 같은 일상이 좋다. 희붐한 하늘 산기슭에서 서서히 붉어지는 자연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멋진 다이어리에 찰싹 달라붙은 비닐 커버를 조심스럽게 칼집을 내어 뜯어내는 설렘이다.     


이런 아침을 꿈꾸고 그려왔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매번 누군가 먼저 뜯어 버린 시간을 100 미터 달리기를 갓 마치고 숨을 헐떡거리듯 아슬하게 받아 들고 살아 내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해질녁이 되면 겨우 받아든 시간의 봉지는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통째로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그 시절 일기장을 열어 보면 세상의 모든 단어는 상실되어 버리고 힘들다는 언어만 홀로 던져져 있었다. 쇼펜하우어는 배가 똑바로 나아가려면 바닥짐을 실어야 하듯 우리에겐 늘 어느 정도 근심, 슬픔, 결핍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짐을 싣고 있을 땐 이 배가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망각하고 무거운 짐들을 바다에 던져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침놀을 만드는 자연은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날은 뿌연 하늘에 선명하게 홀로 떠있는 해의 장엄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구름이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카펫을 깔아주는 날도 있다. 하지만 해를 보지 못하는 날도 있다. 내가 싣고 있는 근심, 결핍이 생을 다하는 날까지는 모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날도 해는 떠있다는 것을 알고 거친 시간의 질감들은 나를 견고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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