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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18. 2024

뜨거운 차 한잔이 되는 글

우리는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가운 거울이 되어 마주할 때가 있다. 차가운 거울과 거울의 마주함은 끝없는 복제와 복제를 낳아 무한대의 영역 속에 서로를 가두게 된다. 그렇게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을 골똘히 마주하다 마침내 감옥에 가두고야 만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과 뜨거운 차 한 잔을 원한다. 찻잎이나 차 열매나 물기 하나 없이 건조된 후에야 뜨거운 물과 조우할 수 있듯이. 사람도 그와 같다. 충분히 건조되었을 때에야 온몸으로 응축하고 있던 향기를 더 향기롭게 퍼뜨리는 뜨거운 차 한 잔처럼,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마주한 시간도 그와 같다. 향기롭게 발산하기 위하여 나에겐 언제나 따뜻한 물과 같은 당신이 필요하다.
                                                    마음사전/김소연     



글을 마주하는 일도 그러하다. 차가운 거울이 되어 마주하면 표면적인 부분만 읽게 되고 문장 속에 담겨있는 깊은 뜻은 알지 못한다. 내 마음의 거울은 보고자 하는 것만 비춘다. 좋은 글도 내 마음의 가시가 되어 나를 찌르게 된다. 갇힌 생각 속에 오해와 미움이 자라 성장의 기회를 놓친다. 같은 글이지만 각자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글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글을 쓰는 일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뜨거운 차 한잔을 하듯 해야 한다. 분노와 상실로 인한 슬픔으로 흠뻑 젖은 상태의 글쓰기는 내 감정을 토해내는 일과 같다. 그로 인한 토사물은 나는 볼 수 없고 타인이 보게 되며 역겨워한다는 것이다.      


찻잎이나 차 열매나 물기가 하나 없이 충분히 건조한 상태에서 향기를 더 향기롭게 퍼뜨리는 뜨거운 차 한 잔처럼, 내 감정을 객관화하고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을 때 분노로 상대를 비난하는 글이 아니며 아무 곳에서나 주저앉아 울고 싶은 포기하는 마음도 아니다. 응축된 시간들은 나만의 혜안을 타인에게도 나눌 수 있고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그 씨앗은 기름진 땅에서는 향기로운 차를 만들어 내는 열매가 열릴 것이다.     


어둡고 깊은 숲길을 마주할 때 첫 발걸음을 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 줄 때 부정적인 마음이 먼저 든다면 도움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다.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가 내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게 된다. 내 안에 사랑을 품으면 세상이 아름답다. 좋은 글이 되고 읽고 싶은 글 감동하는 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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