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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diary jenny Nov 23. 2021

생각 양식 65 - 추억이라는 것

눈이 내리네, 눈물 내리네...




오늘 그곳은 눈이 내렸나 보다.



나는 이곳에서 햇빛을 쬐었다. 쌩쌩 부는 바람을 맞으며, 폴폴 떨어져 낙엽이 된 다양한 잎들도 구경했다. 눈 감고도 다닐 만큼 낯익은 산책길이 오늘은 같은 길인데도 얼마나 낯설었는지 모른다. 조금은 곤란한 표정을 마스크로 위장한 채 산책길을 갔다 왔다 반복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들, 귀에 익은 그 노래들을 듣고 또 들었다.



추억은 참으로 신기하다. 뒤죽박죽 수많은 장면 중 그 부분만 잡아채어 정확하고 선명하게 보여준다. 더 놀라운 건, 추억 장면의 처음은 선명하다가 끝에 가면 현재와 연결되며 희미하게 쓰윽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 그게 다행인 거지, 끝부분까지 선명하면 마음이 아파 눈물 날 테니. 흐릿하게 끝나버리는 엔딩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추억이라는 건 말이지.... 쉽게 녹지만 그 인상이 오래 남는 여리고도 맑디 맑은 눈꽃 같다가, 긴 거리 마다하지 않고 구름 뚫고 내리쬐는 강인한 빛줄기 같다가, 정신 차리라는 듯 뺨을 세게 날려버리는 차갑고도 매서운 바람 손찌검 같다가, 헌신 다해 가진 모든 걸 내던진 듯 툭 떨어져 납작해진 애처로운 낙엽 같다가.....  



추억은 신비로운 알 수 없는 작용으로 우리 맘 속 깊은 곳에 자리 잡는다.



오늘 그곳은 눈이 내렸다고 했다.

지금 이곳은 눈물 내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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