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 diary jenny Aug 02. 2021

생각 양식 29 - 세차야 제맛인걸 모르는 이에게

파도가 오고있어. 비켜, 꺼져


사는 것 자체가 힘든 거라고

머릿속에  단단히 못 박아두면

힘든 상황이 수시로 오더라도

그 순간만 그럭저럭 견뎌내면

그저 지나가는 돌풍이었음을

알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부분은 돌풍이 왔을 때

미친듯이 흔들려야 정상인데

흔들리지않고 굳건한 모습에

이건 아닌데 흔들려야 하는데

이러면서 상상 속의 돌풍들을

만들어내며 제 몸을 뒤흔들며

흔들리지않는 자신의 모습을

오히려 어색해하고 걱정하며

다들 흔들리는데 굳건한 것이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고민하며 끙끙 앓다가 누군가

힘들지 물어봐주며 토닥여주면

이내 두 다리 와르르 무너지며

너무 힘들어 반복재생 플레이

사는 것 자체가 힘든 거라고

인생 자체가 고해라는 사실을

당연히 여긴다면 가끔 아주가끔

찾아오는 산들바람이 그 얼마나

고맙고도 소중한지 알 수 있지

사는 게 힘든 거라고 말했을 때

피식 웃거나 거리 두는 이에게

후들거리는 허약한 두 다리와

떨리는 빈약한 두 팔을 보여주며

입술에 침을 묻히며 말해주자


파도가 오고 있어. 비켜, 꺼져.


(포항 바다)


작가의 이전글 [육아이야기] "경제가 뭐에요, 돈은 뭔가요?"(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