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와 소통하는 리더의 기술
한때 카리스마 리더가 존중받는 시기가 있었다. 시대가 그런 리더십을 요청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군대 문화가 조직에도 반영된 것이기도 할 테다. 과거 작은 지역 단체에서 대표 역할을 15년 해 오면서 여성 리더십에 관심이 많았다.
관련 책들에서는 아주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는 생산성을 압박하여 착취와 경쟁을 조장하는 남성적 리더십이 아닌 포용과 이해를 특징짓는 여성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조직에 몸담으면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론과 실제의 격차를 좁혀가는 일은 아주 느리고 느린 과정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여기서 말하는 여성과 남성은 생물학적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정의한 여성과 남성의 특징을 말한다. 카리스마가 강조되던 시기에 여성성이 강한 남성은 조직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테고, 남성성이 강한 여성은 조직에서 살아남기가 좀 더 쉬웠을 수도 있었겠다.
MZ세대가 조직에 들어오면서 소통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X세대인 나 또한 조직에 있을 때 MZ세대와의 갈등 현장을 목도했다. 갈등은 조직 전체로 퍼져나갔고, 참 오랜 시간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상처가 되었고, 힘든 시간을 한동안 견뎌야 했다.
성을 떠나 세대 간 소통의 문제로 인한 신음소리도 곳곳에 들려온다.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집에 자녀가 수명이었던 시절과 달리 MZ 세대는 한두 명 있는 집안에서 자람으로 부모와의 밀도 있는 관계 속에서 집중 코칭과 케어를 받는다. 그 경험은 조직에서도 MZ세대는 상사, 선배로부터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를 요청한다. 그런 경험이 전무한 리더들은 처음에는 그들을 비난했지만, 과거와 달리 그 자리를 과감히 박차고 나가는 그들을 보며, 자신들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며 소통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조직은 사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일》의 박찬구 저자는 시대가 다정한 리더십이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다정’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보이는 요즘이다. 문장마다, 소꼭지 제목에도, 책 제목에도. 그만큼 ‘다정’이 우리에게 결핍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다정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봤다. 다정(多情)은 정이 많다는 뜻이다. 그 정을 많이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감정도 풍부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이해하며 소통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우리는 왜 그리 서로에게 다정하지 못했던 것일까? 부모님 세대는 생존에 급급했고, 지시와 통제가 빠르고 편한 소통 방법이었다. 지금의 세대 또한 관계는 밀착되어 있는 듯 하지만, 부모와 사회가 요구하는 압박과 경쟁으로 따뜻한 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다정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는 부하직원을 조수가 아닌 선수로 생각한다. 그것도 그냥 선수가 아니라 동료 선수다. 승리를 위해 같이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은 동료가 실수했다고 원망하거나 책망하지 않는다. 실수한 동료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넘어진 동료를 일으켜준다. 골을 넣으면 먼저 어시스트를 해 준 선수에게 뛰어가 기쁨의 포옹을 나눈다”
그리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의 저자 듀크대학교 교수 브라이언 헤어의 주장을 소개한다. 그는 “다른 인간 종이 멸종하는 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친화력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생존의 필수 요소는 나와 다른 상대방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다. 네안데르타인과 달리 호모 사피엔스는 친화력과 협력을 기반으로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음을 알려주는 오랜 역사의 증거다.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에서 후배가 상사에게 배울 뿐만 아니라 상사도 후배에게 배워야 하는 시대다. 조직에서 동료나 후배 없이 혼자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인간이 조직을 만들어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과 타인의 생존을 위해 이제 우리는 좀 더 다정할 필요가 있다. 다정한 리더가 오래 살아남는 시대가 찾아왔다.
저자는 책에서 리더의 일은 “조직을 구성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사람으로 채우는 것”이라며 “조직에서 인재는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성과는 무엇일까? 성과는 역량과 태도의 곱셈이다.
성과 = 역량 * 태도
중요한 지점은 성과는 역량과 태도의 ‘합’이 아니라 ‘곱셉’이라는 것이다. 곱셉은 하나가 ‘0’이면 결과가 ‘0’이다. 아무리 역량이 우수하더라도 태도가 나쁘거나, 태도가 아무리 좋다라도 역량이 부족하면 성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 태도 중 하나에 다정함이 녹아있다. 아니 이제 다정함은 사회와 조직에서 살아남는 중요한 역량이 되기도 한다.
다정함을 기술적으로 익힐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다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적으로 나에게도 다정하지 못해서이다. 우리는 가족의 환경, 어린 시절의 상처 등 다양한 이유로 성향과 남녀를 떠나 나와 서로에게 다정하고 싶지만 다정할 수 없었다.
다정함의 기술을 익히는 것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나를 분석하고 상처의 근원을 파악하고, 수용해 가는 치유의 과정을 거친 후, 말과 몸, 언어와 비언어적인 표현에서 소통의 기술을 익혀간다면 존재와 기술이 통합된 다정함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오늘 하루 나에게 다정함을 건네보자. 그리고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그 누군가에게도 다정함의 인사를 해보자!! 이는 나와 우리를 함께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