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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Jul 14. 2020

놀이하는 호모루덴스

놀이 세포를 깨울 수 있을까


쉼표의 시간


비가 온 덕분인지 조금 흐리고 바람도 시원하고 놀이터에서 딱 놀기 좋은 날씨다. 다양한 높이의 몽키 바, 봉 타기, 펌프 수로 그리고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짚라인이 있는 신상 놀이터로 향한다. 주말을 보내는 방법은 호숫가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가끔 돈을 내고 롤러스케이트장, 트램펄린장, 클라이밍장, 레이저 테크로 향하기도 한다. 늘 그렇듯 물은 챙기고 점심이나 간식거리를 사 가지고 가는 것은 필수이다. 놀이터 옆 카페에서 파는 물은 4불이나 한다. 물값으로 주머니를 털리긴 싫다. 처음에는 한인마트에서 재료를 사 와 김밥이나 삼각김밥을 싸 오곤 했는데 점점 더 간편한 것을 선호한다. 서브웨이나 Hell 피자에 들르는 횟수가 늘어난다.     

       

놀이터 일상

신상 놀이터


자주 가는 신상 놀이터는 차로 10분. 살짝 언덕에 있어서 시원한 바람이 청량감 있게 느껴지는 곳이다. 날씨가 살짝 추운 봄가을은 치아가 달달달 떨릴 정도로 춥게 느껴지는 곳이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았는데 한쪽 구석에서는 생일파티를 하는지 엄마들과 아이들이 음식을 펼쳐놓고 모여있다. 놀이터도 워낙 무궁무진하고 넓다. 아이들은 몽키 바에 매달려 팔근육을 쓰고 중심을 옮겨가면서 몸에 익힌다. 손바닥이 몇 번이나 뒤집어졌을 정도로 피가 나고 갈라졌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매달리고 또 매달린다.           





뱃살이 살짝 티셔츠 바깥으로 튀어나온 푸른 눈의 중년의 남자. 남색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있는 넉넉한 살집의 중년의 여자. 그리고 14살 전후로 보이는 그들의 아들과 10살 전후로 보이는 딸.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놀아주고 있다. 나무를 타고 몽키 바를 두 번 왔다 갔다 한 다음 평균대에 떨어지지 않고 걸은 다음 뱅뱅이를 타고 두 바퀴를 돌고 다람쥐통에서 20걸음을 걷고 난 후 놀이기구에 올라간 다음 봉을 타고 내려와 포인트 장소까지 오기. 4명 각각 몇 초가 걸리는지 시간을 잰다. 봐주는 것은 없다. 그 부모의 표정을 가만히 지켜본다. 유치하다. 표정이 생기가 있다. 아이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고 신난다는 표정이다. 천진난만한 표정이다.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노는 것이었다


     

트램펄린장에서

 


많이 놀아봤구나


‘엄마는 여기 앉아 있을게. 너희들은 놀고 와’라고 하는 나와는 정 반대이다.  나는 그늘이 지는 벤치를 찾아 어슬렁거린다.  앉아서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체력이 부족하다. '저렇게 같이 노는 부모들은 체력이 참 좋구나'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어려서부터 정말 많이 놀아봤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놀이터에서 같이 생존게임을 하고, 해변에서 송골송골 얼굴에 땀이 맺히며 모래성을 만든다. 레이저태그 (Laser Tag)를 할 때는 미로 속에서 총을 쏘면서 한게임을 즐긴다.  트램펄린에서 아이들은 백덤블링을 연습하고 가족끼리 농구대에 공을 누가 많이 넣는가.. 경쟁을 한다. 트램펄린에서는 여러 칸이 있으니 한 칸에 한 명씩 뛰어야 한다. 몸무게가 차이가 나는 어른과 아이가 같이 뛰면 아이는 튕겨져 나간다.  트램펄린에서 저렇게 뛰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릴 것 만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몸으로 하는 것은 다 잘하는 듯 우리 아이들도 점점 노는 것에 선수가 되어간다. 트램펄린장에 가서도 나는 의자에 앉아있다.  ‘엄마도 같이 와서 놀아달라’라고는 안 한다. 나에게는 다행이기도 하다. 



Rock clombing


놀이를 통해 배우는 성취감


실내 어린이 클라이밍장에 갔을 때였다. 난이도 별로 Easy, Medium, Hard로 나뉘어 있다. 안전한 장비를 착용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 시간제한 없이 놀 수 있는 곳이라 자주 찾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장비를 착용하고 클라이밍에 도전한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한 키위 남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핑크색 레깅스를 입고 있는 여자 아이.  중간쯤 올라가서는 무서워서 발발 떨고 있었다. 목소리를 들으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내려올 수도 올라갈 수도 없는 상태. 아이 아빠는 끊임없이 '절대 내려오지 말고 올라갈 것!!'이라고 용기를 주었다. 쳐다보고 있는 나도 긴장한다.  '오른쪽 발 위에 있는 돌을 밟고 왼쪽 손을 뻗어 노란색 알파벳을 잡아라'한다. '할 수 있다'라고 천천히 이야기를 한다.  아이의 얇은 팔은 근력이 없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거 같았지만 아이 아빠는 용기와 격려를 주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결국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빌딩 끝까지 올라갔다. 아이는 천천히 내려왔고 아빠는 양팔을 벌려 아이를 힘껏 안아주었다. 가장 쉬운 단계를 도전해서 성취했던 아이는 재미에 들렸는지 조금 더 어려운 단계에 바로 도전했다.  '내가 아이 아빠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이러다가 고소공포증이라도 생길까 무서워 잡아 끌어내렸을 것 같다.


타우랑가 바닷가. 뛰어드는 아이들


호모루덴스


그들은 진정 '유희의 인간' 호루덴스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 (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다. 내가 보았던 그들은 '쉼표의 시간'을 정말 잘 보내고 있구나. 유치하지만 즐거워 보이고 얼굴엔 활기가 가득하다. 놀이를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는게 아닐까. 놀이를 통해서 성취감을 얻는구나. 놀이를 통해서 내가 어떤 부류의 사람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구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커서 뭐가 될래?' '꿈이 뭐니?' '앞으로 계획이 뭐니?'라는 질문을 받는다. 먼 옛날 나의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날이었다. 앞에 나가서 한 명씩 자기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나를 포함한 아이들은 대부분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판에 박힌 말을 반복했을 때였다. 보통 아이들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을 만큼 키가 큰 내 친구는 쭈뼛쭈뼛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특별히 뭐가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그냥 놀고 싶은데요."


'와하하'하며 짓궂은 남자아이가 손가락으로 그 아이를 가르키며 웃었다.  순식간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친구는 얼굴이 빨개져서 울먹거리며 자기 자리로 들어오자 선생님은 '아직 꿈을 못 찾아서 그럴 수 도 있다'며 친구를 안심시켰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좀 놀면 어떤가. 우리는 '뭐하면서 놀래?' '어떻게 노는 게 제일 재미있니?'라는 질문은 별로 하지 않는다. '잘 놀아야 잘 큰다'라는 말처럼 어려서는 열심히 놀아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크는 것 아닐까. 



고 저택 woodland


놀이, 재미 그리고 성취


우리는 일하는 시간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뭐하면서 지낼까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음악도 듣고 자전거도 탄다. 그림을 그리고 악기 배우는 것도 다 노는 것이다.  구글의 구글플렉스(Googleplex), 캘리포니아의 애플 파크 (Apple Park)도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있다. 일터를 노는 공간으로 바꿔놓았더니 더 창의적인 사고를 많이 한다고 한다.  무엇에서 즐거움을 얻고 자연스럽게 끌리는 가장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노는 것으로 정해야 하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클라이밍 하는 아이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놀이터에서 생존게임을 같이 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놀이와 재미 그리고 성취는 별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터 일상



내 몸에 있는 놀이 세포들이여!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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