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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hyun Kim Aug 14. 2018

나는 무엇에 의해 정의되는가

편의점 인간(무라타 사야카)을 읽고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으로 일생을 살아가는 주인공 후루쿠라씨에 관한 이야기다.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후루쿠라는 편의점 점원이 되면서 존재의 이유를 찾아간다. 그녀의 인생은 편의점 점원으로 태어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편의점에는 후루쿠라씨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들로 가득하다. 그녀에게 익숙한 소리로 가득 차 있으며,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난다. 후루쿠라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18년간 일을 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편의점을 떠난 삶을 생각할 수 없다. 편의점에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고, 시간에 따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채워 넣는 일은 그가 이 세상에 있어야 할 이유이다. 후루쿠라씨에게는 결혼도 가족도 필요가 없다. 그런 것들은 그녀를 편의점으로부터 떨어뜨려놓는 방해꾼일 뿐이다.


소설 속 누구도 '왜 이 사람은 점장이 되려고 하지는 않는 걸까?'라고 묻지 않는다. 의아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후루쿠라씨는 편의점 점원이 되는 것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져 갔다. 내가 다니는 회사, 내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나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거기에는 나의 생각과 나의 정신은 충분히 표현될 수 있을까?


편의점 인간은 집과 회사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것이 당연시 되어버린 나에게 강한 울림을 주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에 의해 정의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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