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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Sep 01. 2021

무서운 건 같이해요

공포감을 뛰어넘는 즐거움

그림: 서이담
너희도 같이 맞을래?


20~30대 백신 접수를 받기 전 광클을 해야만 간당간당 잔여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때였다. 백신에 대한 두려움 도 있었지만 광클을 해도 도무지 대기를 할 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나는 백신을 먼저 맞는 것을 거의 포기했었다. 그런데 회사 동기들 몇 명과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한 명이 백신을 맞는다고 했다. 


"어떻게 성공했어? 대단하다!"


"응응~ 전화 예약이 되는 곳 한 곳을 알아내서 그리로 알아봤어. 너희도 알려줄까?"


"우와~알려줘!!"


희안하게 그 병원이 그 날 전화로 잔여 백신 접수를 받고 있었다. 그 날 회사 메신저 채팅방에 있던 나와 다른 한 명도 엉겁결에 백신 대기줄에 서게 되었고, 바로 같은 날 접종을 하러 원정을 떠났다. 접종을 맞으러 가기까지 참 떨렸다. 어짜피 맞으러 갈 건데 핸드폰으로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백신 부작용을 계속 검색해봤다. 무서웠다. 기대도 됐다. 백신을 맞고서는 운전을 하는게 좋지 않다길래 참 오랜만에 한시간이 넘는 거리를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했는데 그 동안 이런 마음이 계속해서 왔다갔다 했다. 드디어 한적한 마을 어귀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렸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어~이담아...나 너무 떨려


백신을 가장 먼저 예약했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도 나처럼 떨고 있었다. 가장 먼저 예약했으면서 나랑 같은 마음으로 이 곳에 왔다니. 웃기기도 하고 또 동질감에 안심도 됐다. 다들 떨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들어갔다. 손소독을 하고, 간단한 검진을 받고는 잠깐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게도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고, 이런 저런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큰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게 좋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서이담님~"


내 이름이 불렸고, 진료실로 가서 백신을 맞았다. 따끔. 그리고 끝이었다. 정말 백신 자체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곧이어 친구도 진료실에 가서 접종을 했다. 다른 한 친구는 회의를 끝내고 온다고 해서 조금 늦게 병원에 온다고 했다. 그래서 잠시 기다렸다가 친구까지 접종을 하고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기로 했다. 다른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 우리는 다시 또 불안 초조해졌다.


우리 점심메뉴나 고를까?


기분을 환기시켰다. 그리고 병원 근처 동네에서 맛있고 보양이 될 만한 음식점을 찾았다. 다른 친구는 그 사이에 병원에 와서 접종을 무사히 마쳤고 우리는 맛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맛있는 누룽지 백숙을 배 빵빵하게 먹고, 근처 까페에 가서 길게 수다를 나누고, 그것도 모자라서 까페를 한 번 더 갔다.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헤어졌다. 거의 퇴근시간까지 놀았던 셈이다.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두려움들은 다 없어졌다. 정말로 신기했다. 혼자 있을 땐 별별 상상을 하며 두려웠던 일들이 즐거운 시간에 밀려 사라졌다. 


친구와 함께 보낸 시간의 힘은 정말로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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