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이상하게 없었다.
어제 장을 보고 와서 장바구니를 정리하면서 내놨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부터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툭 하고 흘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당연히 집에 있겠지 하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아뿔싸. 집에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냉장고 안이나 화장실 쓰레기통까지 뒤져 보았지만 집에는 없었다.
차에 두고 내린 것은 아닐까 해서 핸드폰에 있는 후레시를 켜고 틈바구니까지 다 살펴보았지만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갑을 사용했던 마트에도 전화를 걸어 보고, 경비실에도 전화를 걸었다. 오죽하면 네이버에 '지갑 찾는 법'을 검색해보기도 했다.(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지갑을 택시나 버스에 두고 내리신 분들은 참고할 만하다.)
"없다. 없어"
철렁했다. 지갑 속 현금이나 내 체크카드는 그렇다 치고, 회사 법인카드도 있는데, 그거 신용카든데 혹시 누가 막 쓰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내가 한 번 찾아볼게요."
보다 못한 남편이 차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거기에서 흘린 게 가장 유력했으므로. 그리고 곧이어 남편이 문자를 보내왔다.
"찾았어요~!"
휴.... 다행이다.
문이 말썽이다.
며칠 째 현관문이 삐걱댔다. 도어록으로 여는 방식이라 원래는 띠리리~하고는 스르륵 잘 열리곤 했는데 요즘 들어 한번에 열리지를 않았다. 힘을 마구 주어야 겨우 탈칵 탈칵하면서 열렸다. 생각하고 금세 잊어버리곤 하다가 오늘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AS를 불렀다. 다행히 기사님이 동네 근처에 계셔서 바로 오셨다.
"혹시 문 만지신 적 있으세요?
"네네~ 문 빨리 닫히지 말라고 나사를 몇 번 조였다 풀었다 한 적이 있어요."
"그것 때문인가 보네. 문 잠그는 장치랑 여기 걸리는 부분 높이가 안 맞아서 그래요. 별 거 아니에요."
그리고는 뚝딱 나사를 조였다 풀었다를 몇 번 반복하고는
"됐죠? 한 번 열어보세요."
해서 열어봤는데 문에 기름칠을 한 듯 잘 열렸다. 문이 잘 열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삐걱대던 문이 잘 열리니 문에게 정말 고마웠다. 촤르르 열리는 문이 그리 에쁠 수가 없다.
가방 속 지갑도, 스르륵 열리는 문도 '원래' 있지는 않았다.
하나도 당연한 건 없었다. 지갑을 늘 같은 곳에 넣어두고 가방 매무새를 잡았던 정갈한 습관, 문을 달 때 자물쇠를 위치에 맞게 달았던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손길, 그런 것들로 나의 일상은 촘촘히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어쩌면 비일상적인 일들로 인해 내 일상이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감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