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걸 참견하고 있나 싶을 때
요즘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 나 아니고 남편이.
게임기에 꽂혔나 보다. 내게 틈 날 때마다 게임기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어려 게임을 할 시간도 별로 없고, 예전에 샀던 게임기도 결국 하지 않아서 동생에게 공짜로 넘겼는데 또?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본인 돈으로 게임기를 산다는데 내가 왜 말리고 있지?"
신기했다. 함께 쓰기로 둔 생활비도 아니고 자기 용돈으로 뭔가를 산다는 데 나에게 허락을 받고 난 또 허락을 해 줄 권리를 갖는 이 관계가 가까이서 보면 너무 익숙했는데 조금 떨어져서 보니 이상하게 느껴졌다.
다음 날 라디오를 듣는데 DJ가 이런 오프닝 멘트로 책 한 구절을 읽어주었다.
"사랑을 한다는 건 서로 상처 주기를, 상처 받기를 각오한다는 일이다.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멘트를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겠다고 약속을 했구나. 그렇기 때문에 남이라면 상관하지 않아야 맞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살고 있구나.'
자기 돈을 써서 게임기를 사는 걸 아내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그런 이상한 관계. 우리는 그런 관계를 맺기로 선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