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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Nov 18. 2022

사람 사이의 사람

인간(人間)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한자 시간에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사람(人)의 사이(間)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단어가 인간이었다. 당시에는 주입식 교육으로 시험만 잘 보면 되었었기에 살짝 궁금한 마음도 있었지만 선생님께 한 번 질문을 해보거나 더 깊이 생각하려 들지 않았다. 그냥 그런 뜻인가 보다 하고 노트에 뜻을 써 내려가고는 외우려 했다.


‘왜 사람인(人) 하나만을 쓰지 않고 사이 간(間) 자를 덧붙였을까?’


성인이 다 되어 더 이상 한자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나는 갑자기 이런 의문을 갖게 됐다. 그리고 나는 그 해답 삶이라는 선생에게서 배웠다.


먼저 인간(人)과 인간(人)이 만나 그 사이(間)에서 나오는 것이 인간이다. 엄마와 아빠가 만나 그 사이에 내가 태어났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사이에서 남편이 태어났다. 나와 남편 사이에서는 이 아이가 태어났다. 즉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나오는 게 바로 자식이며,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계속 태어난다. 이런 탄생의 원리를 나타내는 한자가 바로 인간이다 생각하니 약간의 의문이 해소되는 듯했다.


오은영 박사님이 들으면 큰일 날 이야기이지만, 나와 남편은 아이 앞에서 투닥거린 적이 몇 번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이유로 다투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심각했었다. 그렇게 남편을 째려보던 눈으로 아이를 보니 아이도 미웠다. 남편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평소에는 아이에게 유난스럽게 따뜻하고 헌신적이던 사람이다. 그런데 나와 다투고 나서 둘 사이의 분위기가 냉랭해지면 아이에게도 역시나 차가워졌다. 신기했다. 평소와 다르게 아이를 대하는 나와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우리의 사랑의 결실이기도 하지만,  그 영향을 아이가 가장 크게 받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人) 사이의 관계(間)를 잘 보여주는 것도 결국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인 거다.


그리고 어느 날은 아이와 시댁에 갔다. 시댁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고 너무 예뻐서 어머님이 아이에게 뽀뽀를 하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아이에게 뽀뽀를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이 풍경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온 가족은 아이와 입맞춤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를 매개로 모든 가족은 간접뽀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시어머님도 시아버님도 장모님도 장인도 남편도 아내도 모두 뽀뽀하는 사이가 된다. 즉 아이를 통해 더 끈끈해지고 가까워진다. 이렇듯 사람 사이를 잇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人) 사이를 이어주는 건(間)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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