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해 겸손해지기
오늘 회사 공지사항에 부고 공지가 떴다. 평소에 얼굴만 알고 지내는 사이인 분의 빙조모 상이라 그분과 같은 팀에 있는 친한 동기에게 연락을 했다. 만약 장례식장에 가면 부조금을 대신 전해달라고 하려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 친구가 내게 매 번 이렇게 어떤 상이든 부조를 하냐고 물었다. 나는 대부분 공지를 보면 부조를 했기 때문에 경조사를 알게 되는 경우엔 보통 작게나마 얼마라도 보낸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동기의 말끝이 이상하게 흐려졌다.
동기는 내가 늘 부조를 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가 깜빡하고 부조를 못한 경우 오히려 그 사람이 서운한 마음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경조사를 챙길 때엔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동기의 진지한 말투에 뭔가 싸한 느낌이 들어 회사 경조사 공지를 뒤져보니 아뿔싸! 내가 정작 연락한 그 동기의 친척이 돌아가셨을 때 부조를 하지 못했단 걸 깨달았다. 마침 그 날이 내 육아휴직 복귀 날이어서 너무 정신이 없기는 했다. 그래도 나름 친하다고 자부했던 동기에게 부조는커녕 인사도 전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니 잠시나마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것처럼 나를 자랑스레 떠벌렸던 게 너무 부끄러웠다.
성경 구절 중 잘 알려진 말이 있다. "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나는 이 말을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선행을 베풀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오늘 동기와 말을 나눈 뒤 생각이 바뀌었다.
'아 어쩌면 왼손이 서운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오른손이 한 일은 왼손이 몰라야 할 수 있겠다.'
선행이나 사랑은 참 좋은 거다. 그렇지만 사람은 자신의 사랑을 모든 사람에게 빠짐없이 전하거나 모든 경우에 선행을 하며 살지는 못한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아마 그런 이유로 성경에서 자신의 선행을 자랑하지 말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선행을 자랑하면 혹시라도 그 선행에서 소외된 누군가는 상처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사람은 늘 좋은 일만 할 수 없는 부족한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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