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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r 17. 2023

뜻밖의 소식

아무도 않는 줄 알았지만 모두가 보고 있었다니

지금은 아득해진 올해 초, 유독 내게 일이 몰렸다. 워킹맘으로 살아야 했기에 아등바등 퇴근 시간 전에 일을 끝내야 했는데 그래서 마음이 더 초조하고 손이 바빴는지도 모르겠다. 일을 하나둘씩 하다 보니 그와 연관된 일들도 나에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나와 관련성이 아주 없는 업무가 아니었기에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삐에로가 저글링을 하듯 아슬아슬하게 업무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쳤다. 하루는 또 일을 넘겨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겨 집에서 펑펑 운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해오던 일이 갑작스럽게 중단되었다. 속상해하고 살짝 우울하기까지 했다. 그동안이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구나 싶었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빛을 보지 못했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아슬아슬한 업무 부담을 내려놓게 되었다는 소식에 살짝 안도감도 느껴졌다. 더불어 안도하는 내가 싫어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팀장님이 나를 불렀다.


“이담님, 꼭 전해드리고 싶은 소식이 있어요!”


“네네!”


팀장님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내게 이렇게 말해주셨다.


“이담님, 이번해에 특별 승진 대상자가 되었대요!”


“네? 정말요?”


이상했다. 분명 내가 하던 일이 다 어그러졌는데, 어떻게 그렇게 대상이 될 수가 있는 건가? 팀장님이 밀어서 된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냥 갑자기 특별승진 대상자로 자기 리스트에 내 이름이 떴다고 했다. 우리 팀이 하던 일이 어그러졌다고 발표되던 그 자리에서, 저 위에 계신 분이 우리 팀장님에게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왜 그 있잖아요. 서이담 님, 열심히 해서 상심도 클 텐데 위로 잘해줘요. “


이 말을 팀장님이 내게 전해주었다. 그때는 그냥 ‘이렇게 위에 계신 분도 내 이름을 기억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는데, 이렇게 특별 승진 대상자가 되었다고 하니 뭔가 그 말이 남다르게 와닿았다. 그리고 뭔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난 아무도 내 노력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심지어 그 노력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없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나를 보고 있구나 싶었다. 확성기를 대고 나 이렇게 일하고 있어요 떠든 것도 아닌데 어떻게들 알았는지. 신기했다.


고군분투하면서 애썼던 지난날이 의미 없지 않게 느껴졌다. 물론 결과는? 특별승진은 커녕 앞 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대상자일 뿐 특별 승진을 시켜준다는 보장은 없었고, 또 팀이 하던 일이 어그러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 그냥 땅을 파는 일은 아니었고, 내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건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마치 훈장처럼 열심히 일한 기억들은 내 몸속에 남아있고, 그리고 비록 실패했지만 실패한 경험도 경험이니 언젠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 본다.


“다 보고 있다. 잘하고 있다. 다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주말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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