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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십시오. 중요한 것에 집중하십시오.

러닝 앱이 알려준 것들

by 서이담

동료의 추천으로 ‘런데이(Runday)’라는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앱을 통해 달리기를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주고, 음성으로 피드백과 응원을 주는 앱이다. 이 앱의 묘미는 ‘응원 멘트’에 있는 것 같다. 살짝 낯간지럽기도 하고, 때로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말들을 들어가면서 심신이 미약한 초보 러너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요즘은 날이 추워 밖에서 러닝을 하지 못하고 실내 체육관에서 이 앱을 틀어놓고 러닝을 하고 있다. 손수 고른 플레이 리스트를 실행한 후 러닝머신의 속도를 3km/h로 맞추어놓고 천천히 걷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런데이 앱을 켰다.


“안녕하세요!”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나의 하루가 시작됐다. 앱 속의 강사는 여러 가지 멘트로 나를 응원하고 때로는 채찍 직했다. 중반 즈음 많이 지쳐서 음성이 거의 들리지 않고, 내 눈이 남은 시간 만을 체크하고 있을 때 이어폰에서 이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은 러닝을 하다가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고, 개일 수도 있고, 함께 달리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장애물을 만나면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고 페이스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당신이 해야 하는 것은 장애물을 피하는 것입니다. 피하십시오. 중요한 것에 집중하십시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났다.


‘그래. 중요한 건 이게 아니구나.’


지금 살면서 내가 열내고 있거나 신경 쓰고 있는 것들은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 생각하면 아주 작은 것이었다.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내가 취해야 하는 태도는 그것을 ‘피하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일 뿐 장애물이 나를 가로막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물에 너무 집중하다가 달리기를 하지 못하고 되려 ’장애물‘에 집착하거나 집착하다가 장애물 그 자체가 되는 일도 빈번했다.


러닝을 배우려고 했는데 뛰다 보니 삶의 지혜까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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