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아이의 볼따구를 바라보며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이 말은 자식이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틀림없다. 아들이 없었을 때 나는 다른 사람이 배부르게 먹는 모습을 보며 내 배가 부른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으니까. 그랬던 내가 이제는 아들이 먹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니 많아졌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발견했다.
오물오물 무언가를 먹는 입.
음식이 가득 찬 양 볼.
꼭꼭 씹어가며 음식물을 넘겨 꿀떡 하는 목.
그 모든 게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이게 바로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이구나.’ 싶었다.
최근에 본 소설책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사람을 ”유전자를 남기고 가는 흙덩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와닿았었다. 그리고 오늘처럼 아이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아하니, 인간이 “유전자를 남기고 가”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후손이 밥을 맛있게 먹으면 내 배가 배부른 느낌이 드는 거구나 깨달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