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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un 12. 2023

키즈카페 히어로

무조건 네 편인 사람

어느 날이었다. 아이와 함께 동네 키즈카페에 갔다. 아이는 키즈카페에 있었던 다른 동생들과 장난도 치고 잔소리도 해 가면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옆 자리에 앉아있던 동생의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들 쪽으로 갔다. 그리고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 친구야~ 얘네들이랑 놀지 마.”


‘무슨 일이지?’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듣기에는 별다른 마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 아이 엄마에게 다가가 물어봤다.


“무슨 일이세요?”


“아, 이 친구가 저희 애한테 ‘저리 꺼지라’는 말을 해서 같이 놀지 말라고 하고 있었어요.”


“꺼지라고 했다고요?”


마음에서 뭔가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평소에 자기보다 조금 어린 동생들에게 이것저것 참견을 잘하는 아이인 것은 맞지만 그런 말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정말요? 집에서 그런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었는데 이상하네요. 제가 한 번 물어볼게요.”


그러고 나서 아이에게 가서 물어봤다.


“재민아, 정말 재민이가 동생한테 꺼지라고 했어?”


그러자 아이는 순식간에 우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울면서 내게 말했다.


“나 안 그랬어. 엉엉엉 “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대로 그냥 키즈카페에서 나가야 하나? 아니야. 그러면 아이의 억울함이 풀리지 않을 거야. 진짜 얘가 다른 동생에게 꺼지라고 이야기했으면 어떡하지? 그럴 리가 없어. 정신 차리자. 내가 아이라면 어떤 엄마의 모습을 원할까. 엄마로서 내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다가 결심했다. 아이가 잘못을 했든 아니든 우선 엄마는 네 편이라는 걸 보여주기로 했다. 결연한 표정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그 아이 엄마 앞으로 갔다.


“저희 아이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정말 그런 말을 들으셨나요? “


“네, 저희 아이가 들었다고 제게 말해줬어요.”


동생 쪽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정말 이 형이 그렇게 말했어?”


그러자 다행스럽게도 동생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동생이 아니라고 하네요.”


“너 아까는 형이 꺼지라고 말했다고 했잖아! “


그 아이 엄마는 황당하다는 듯 자기 아이를 다그쳤다. 나는 뒤이어 말했다.


“저희 아이도 그런 적 없었다고 하고, 저기 동생도 그런 적 없었다고 하네요. 집에서나 유치원에서나 그런 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아이입니다.”


그러자 아이 엄마가 사태 파악을 했다.


“그래, 내가 미안해 친구야. 너 많이 억울했겠다. 미안해.”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재민아, 아줌마가 사과하셨으니 됐다. “


아이는 화는 가라앉았지만 아직 울먹이고 있었다. 울먹이는 아이 신발을 신기고 그 아이 엄마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사과해 주셔서 감사해요. 재민아 가자! “


아이를 둘러업고 나오면서 내가 무슨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의 마음을 지켜주었다 ‘라는 마음 때문이었을 거다. 그리고 앞으로도 늘 이 아이의 편에서 든든하게 이 친구를 지켜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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