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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Dec 18. 2023

내 아이가 아닌 아이들과의 시간

희생인 줄 알았는데 힐링

아이의 생일이 있는 주간이다. 아이의 반 친구 중 하나가 생일파티를 했었는데 그게 좋아 보였는지 아이도 생일파티를 해달라고 했다. 걱정이 됐다.


‘과연 우리가 많은 아이들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


‘혹시 엄마들이 집에 있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뭘 준비해야 하지?’


고민을 하면서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집도 꾸미고 청소도 하고, 아이들 먹을 간식도 골랐다. 식사로 어떤 걸 할지, 어떤 걸 하면서 놀지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아이는 몇 시간 전부터 신난 눈치였다. 자꾸만 흥얼거리며 춤을 추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아. 오늘은 행복한 하루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일파티를 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전에 아이들이 속속들이 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올 때마다 설레했다. 그리고 모두가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이들은 제각기 놀기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하면서 따로 또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른인 우리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그저 신나 하는 아이들이 살짝 선을 넘으려고 하면 그 선을 지켜주기만 하면 되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천진함을 가지고 잘 놀았다.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과 말을 하고 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멋진 일이었다. 나도 어느샌가 진심으로 다른 아이와 게임을 즐기게 되었다. 헤어질 때는 후련했지만 살짝 아쉽기도 했다. 나도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가고 나서 조용해진 집에서 나는 안도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오늘 하루는 내가 희생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힐링이 되었다. 물론 체력적으로는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말이다. 내년도 생일파티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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