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책을 빌리러 도서관을 갔다. 일부러 버스를 타고 내가 근무하는 곳과 전혀 상관없는 도서관으로 찾아갔다. 강사님이 강력 추천한 책 ‘일의 격’이 ‘대출 가능’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도서관을 향하는 마음이 설렜다.
딸은 요즘 타로에 꽂혀 ‘미래의 운’에 관한 책들을 빌리며 즐거워했다. 한두 권만 빌리려는 애초 계획과는 달리 최대 대출권수 5권을 꽉꽉 채우며 아무래도 딸과 나누어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딸은 가방을 안 가져왔기 때문에 카운터에 “혹시 들고 갈 비닐 있나요?” 물어보았다. 사서는 아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며 없다고 하였다. 순간 냉정한 사서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보여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내가 근무할 때도 가끔 이용자가 쇼핑백을 찾곤 했는데, 쇼핑백이 없을 때는 노끈 등으로 묶어드리기도 했지만, 겉으로 나타나는 친절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도서관 올 때 준비도 안 하나 하며 귀찮게 생각했었다. 그런 내가 도서관에 와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니....
도서관에 근무할 때는 책을 빌릴 수 있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막상 떠나오니 책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의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생명줄인지 새로이 느꼈다.
연수 때 인상 깊게 들은 강사님이 생각나서 블로그를 찾아서 들어가니 회사 생활을 하다가 공무원이 되니 사회를 위해 그리고 타인을 위해 뭔가 개선할 것들을 자꾸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아~ 나도 공무원이었지. 공익을 위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힘든 직장 생활에 조금은 의미가 생길까?’
사실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건 아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 미쳐가는 나에게 조금이나마 산소를 공급해 주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용자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고 여러 번 다짐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도서관 규정 개정, 부서 성과관리, 주요업무 계획 수립, 감사 준비 등 책을 빌리러 오는 이용자와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일에 시달리며 야근할 때, 직장 내에서 보기 싫은 사람으로 마음이 힘들 때 봉사 정신과 연관시키며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불가능했다. 나는 도인이 아니다.
하지만 도서관이 너무 필요한 열혈 이용자 입장이 되어보니 도서관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넓은 의미해서 보면 다 도서관 이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왔다. 프로그램 운영이나 대출반납 참고 봉사처럼 직접적으로 이용자의 반응을 볼 수 없는 일이 아니더라도 결국은 모두 도서관을 그리고 이용자를 위한 일이 아닌가?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나의 답 없이 힘든 직장 생활의 실타래를 조금씩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다시 도서관으로 복귀했을 때도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할 수 있을지는 참 의문이지만 이렇게 글로 남겨서 이 느낌을 마음에 꾹꾹 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