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추월에는 시간이 걸린다. 아직 소프트파워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더 앞당겨진 추월 시점
작년까지만 해도 2032년에 중국 GDP가 미국을 추월한다는 것이 큰 뉴스로 여겨졌다. 하지만 일년 사이 이것도 시대에 뒤쳐진 이야기가 돼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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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 19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그 시기가 더 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2020년 미국의 GDP 성장률은 -3.5%, 중국은 +2.3%였다. 중국 경제는 V 반등을 실현했고 미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인용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2028년이면 중국 GDP가 미국 GDP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10년 내에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한다는 전망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그 누구도 넘어보지 못한 선
2020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71% 수준이다. 그 누구도 넘어서지 못한 라인을 중국이 넘고 있다. 1970년대 소련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던 시기 소련의 GDP는 미국의 44%였다. 소련은 미국과 군사력 경쟁에서 패배했다. 핵탄두를 미국과 동일하게 3000기까지 보유했지만 소련의 국력으로는 부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애초에 소련의 경제력으로 미국과 동일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무리였다. 소련의 경제는 무너졌고 소련 제국은 해체되었다.
일본은 미국과 환율전쟁에서 패배했다. 일본 경제가 미국을 위협하자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어 엔화를 가치 절상시켰다. 수출이 막히자 일본 정부는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렸고 부동산 가치가 폭발했다. 규제책이 먹히지 않자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고 부동산 버블이 터져버렸다. 잃어버린 시간은 10, 20년을 넘어 이제 30년까지 끝없이 연장되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정부는 이전 실패 사례를 철저히 분석했다. 소련과 같이 미국과 무리한 군사력 경쟁을 하지 않고, 일본과 같이 환율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타협하지도 않는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관세 공세와 바이든의 글로벌 공급사슬 분리 노력에 대해 중국은 쌍순환이라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무역, 인권 등 다양한 서방 국가의 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외부의 적은 내부를 단결시킨다. 중국 국민들은 코로나 19를 '조기 극복'한 정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부당하게'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외세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똘똘 뭉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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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패권의 길은 아직 멀다
패권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항우는 관중에 들어선 후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서초패왕을 자칭하며 제후들에게 분봉하는 권력을 휘둘렀지만 그의 자칭 '패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그는 민심을 얻은 유방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패권은 경제력, 군사력이라는 하드파워와 세계인의 자발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가치의 추구, 즉 소프트파워를 모두 가져야 얻을 수 있다.
경제력은 10년 내에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어도 군사력, 소프트파워에서 미국을 따라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1913년까지 미국 경제는 세계 1위가 아니었다. 1913년 기준 미국 GDP는 세계의 18.9%, 영국 제국의 GDP는 19.7%였다. 그 후 미국 경제 규모는 영국 제국을 추월한다. 팍스 아메리카는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시작된다. 미국은 GDP 규모가 세계 1위가 된 후 30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패권국이 되었다.
군사력 추월에는 시간이 더 걸린다
중국의 군사력은 아직 미국에 열세다. 미국의 핵탄두는 3800개, 중국은 200개 미만이다. 해상 전력의 핵심인 항공모항도 미국은 11척, 중국이 이제야 2척이다. 양만 봐도 차이가 크지만 질적인 면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 크다. 2021년 국방 예산이 미국이 7405억 달러, 중국이 2090억 달러라고 하니 미국의 국방비 지출이 아직 중국의 세 배 이상이다.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한다면 아직은 미국이 우위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점차 줄고 있다. 태평양 한 복판에서 전쟁을 한다면 당연히 미국의 압도적인 승리이다. 중국이 이런 무리수를 절대 둘리 없다. 양국 간의 '긴장 지역'은 남중국해, 대만해협, 동중국해 그리고 한반도이다. 즉 중국 '연해' 지역이다. 미국과 중국 간 전쟁이 난다면 남중국해, 대만 해협이 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중국은 전면전을 피하고 연해 군사기지에서 미국 항공모항을 겨냥한 미사일 전력 강화 등을 통해 방어력을 높이는 방안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과 동듭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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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파워의 부재, 아직 답이 없다.
지금 미국이 패권국가인 것은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과 인권의 가치에 대해서는 많은 나라들이 동의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인권이 무시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권력을 시민 사회가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다. 잘못을 알면 고칠 수 있지만 잘못이 감추어지면 고칠 수 없다. 역사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 식민지인의 자유와 권리, 여성의 자유와 권리가 확보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미국을 싫어해도 자유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권리를 순수히 포기하고자 하는 사람도 없다. 미국은 이런 '시대정신'을 앞세우워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패권국가가 되고 싶다면 미국과 동등한 군사력과 더불이 소프트파워라는 매력도 같이 갖추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공자학원은 패권국가가 되기 위한 소프트파워 획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고로 해외 공자학원 1호는 2004년 서울에 세워졌다. 지금 이 글로벌 시대에 2천 년 전 인, 의, 예, 지를 가르치며 세계인의 환대를 기대를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올해 5월 31일 중국 정치국 집단학습 시간에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믿을만한, 사랑 받을만한, 존중 받을만한" 국가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거친 '전랑' 외교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자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믿음을 주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中国要在国际社会广交朋友,努力塑造“可信、可爱、可敬”的形象。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친구를 널리 사귀며 "믿을만하고, 사랑할만하고, 존중할만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진핑은 연설을 하며 "중국 공산당이 진정으로 중국 인민의 행복을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이 왜 가능한지, 마르크스주의가 왜 가능한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왜 좋은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가치는 중국 내수용인가, 아니면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수출용인가. 수출용으로 가능한 가치일까.
앞으로 미국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집요히 문제 삼을 것이다. 만약 2023년 시진핑이 십 년을 넘어 장기 집권을 하게 된다면 그때 미국은 독재 이슈를 집요히 비판할 것이 뻔하다. 중국이야 중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의 푸틴과 같이 강력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선전할 수 있겠지만 전 세계인에 그런 선전이 효과를 가지기는 어렵다. 앞으로 중국은 어떤 소프트파워를 추구하고 세계인에게 호소할 것인가.
참조 링크
: 중국, 코로나로 미국과 GDP 격차 좁혀…'2028년 추월' 관측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