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 중국의 피해가 크지만 그 격차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어렸을 때 남자아이들이 목숨 걸고 싸우던 문제이다. 정답은 모른다이다. 사자와 호랑이는 서로 사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계에서는 서로 만날 일이 없다. 사자와 호랑이의 싸움은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 우리가 억지로 사자와 호랑이를 싸우게 한다면 어느 기후에서, 어느 장소에서 싸우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싸움의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 독립생활을 하는 호랑이는 1:1 싸움을 선호하고 집단생활을 하는 사자는 집단 대 집단 싸움을 선호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싸움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싸우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누가 이길까?
중국과 미국의 전쟁에 대해 인터넷에 여러 평들이 있지만 충분히 객관적, 체계적, 과학적으로 분석해놓은 자료는 많지 않다. 미국 네티즌은 당연히 미국이 압도적이라 하고,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은 충분한 방어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까지 미국 해군의 우위를 인정하고 미국은 공세(공격 중심), 중국은 수세(방어 중심)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아직까지는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을 압도한다. 병력 수는 중국이 많지만 현대전, 특히 해상전의 중심이 되는 해군과 공군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은 항공모함이 11척(경 항공모함까지 포함하면 20척), 중국은 2척이다. 총 공군기 수가 미국은 13,000대, 중국은 3,000대 수준이다. 중국은 미국과 군비 경쟁을 하지 않았다.
여러 자료 중 미국의 군사 전문 싱크탱크인 RAND Corporation이 2015년 발표한 'War with China'가 그중 가장 체계적, 과학적인 분석을 한 것 같다. 물론 미국 측 자료임을 고려하여 해석해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홈페이지에 이 자료 요약본이 중국어, 아랍어로도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까지 미국은 자신의 분석 결과를 '가상 적국'에게 공개할 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전쟁의 방식
Because a Sino-U.S. war, in the construct used here, would not include a major ground combat, the U.S. Army’s expected losses would be proportionately less than those of the Navy and Air Force.
미중 전쟁은 해상전, 공중전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면적 발생 가능성은 낮고 국지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미군의 기본 전략은 '봉쇄'이지 '침공'이 아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중국 대륙에 육군을 투입하여 점령하겠다는 의도는 없다.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100만 대군이 중국에 발이 묶여 2차 세계대전에서 졌다. 1940년 독일은 소련을 침공하면서 전쟁에서 패배했다. 미국은 중국 대륙 육상전을 전개할 의도도, 한다 해도 이길 수 있는 가능성도 별로 없다. 만약 미중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중국 연해 해상전, 연해 지방 중심의 공중전, 폭격전 중심이 될 것이다.
It is unlikely that nuclear weapons would be used: Even in an intensely violent conventional conflict, neither side would regard its losses as so serious.
미국은 대략 6,000개, 중국은 약 300개가량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핵무기가 압도적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핵무기의 엄청난 파괴력은 양국에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과 미국 국방부는 중공군 참전에 따라 핵무기 사용을 검토했으나 끝내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미국은 지구 상에서 중국을 완전히 끝장낼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지 못한다. 설사 가능하다 해도 그런 '인종 청소식' 전쟁이 현대 문명사회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고려한다면 핵무기 사용은 많이 부담스럽다.
어디서 싸우나
• Chinese harassment to press its territorial claims in (and to) the South China Sea—against
the Philippines or Vietnam, for example—in the face of U.S. insistence on peaceful dispute
resolution and freedom of the seas
• Chinese threat or use of force to intimidate or seize Taiwan
• Sino-Japanese skirmishing over disputed territory in the East China Sea, where the United
States has said its defense treaty with Japan applies
• uncoordinated military interventions by Chinese, South Korean, or U.S. forces in the event
of a collapse of North Korea
RAND 보고서에서는 전쟁을 일으킬 네 가지 상황으로 위를 언급하였다. '상황'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고 미중 전쟁이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임을 가정할 때 이 네 지역이 바로 전쟁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남중국해이다.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 남중국해 영해권을 두고 영토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그어 놓은 해상 국경선을 무시하고 매년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이 지역은 중국 연해 지방에 배치되어 있는 대공, 대함 미사일에 의해 미국 해군이 공격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어 미국이 전장으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둘째, 대만 해협이다. 대만에 민진당이 집권한 후 중국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 총통 차이잉원은 독립 국가로의 대만을 지향하고,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주장하면 언제라도 군사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형식상 대만과 단교하였지만, 대만과의 교류 및 지원을 완전히 중단하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셋째, 동중국해이다.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시나리오이다. 일본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고, 미국과 동맹 관계를 강화하여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강한 나라이다. 유럽이 중국과 교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과 체제 경쟁 사이 우왕좌왕하는 것이 비해 일본은 일관성 있게 미국 우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또한 동아시아 최대 협력 파트너로 일본을 뽑는다. 일본과 중국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주일미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바로 한반도이다. 한국 급변사태시 북한 지역에 한국, 중국, 미국이 동시에 사전 조율 없이 개입하고자 할 때 국지전이 발생할 수 있다. 1945년 미국과 소련은 38선을 기준으로 서로 간 군사 충돌을 예방하려 했다. 만약 북한 정권이 급격히 무너진다면 세 나라는 모두 즉각 개입하려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협의가 불발된다면 또는 협의된다 하여도 한국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또 다른 분단선과 같은 무리한 요구가 있다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전쟁의 결과
위의 전쟁 발생 지역에 따라 남중국해에서는 해상전 중심, 대만 해협과 동중국해에서는 해상전과 폭격/포격전, 일부 육지전이 예산된다. 한반도에서는 유일하게 육지전 중심 전쟁이 예상된다. RAND 보고서는 전쟁 상황으로 전쟁지속 기간(Brief, Long), 전쟁 강도(Mild, Severe)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상황을 예측했다. 당연히 전쟁 기간이 길어지고, 강도가 높을수록 양측의 피해는 커진다.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인 이상 완벽한 승패를 따지기보다는 누구의 손실이 더 큰지를 가늠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RAND 보고서는 2015년, 2025년을 비교하여 보았을 때 모두 미군보다 중국군의 손실이 더 크나 그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2025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2015년 발표한 자료이니 이미 5년이 지났지만 그래도 발생 가능한 충돌과 전개 시나리오, 전쟁의 양상을 대략적으로 파악해보기 위해 좋은 참고가 된다.
미국과 중국 간 전쟁을 가정하였지만 미국은 동맹국에 참전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 유의할 점은 미국의 첫 번째 동맹 파트너로 일본을 가정한다는 사실이다. 그다음으로 호주, 필리핀, 유럽 국가가 고려되고 대한민국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로 동맹 참여에 굉장히 '조심스러울'(cautious)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인 딜레마 상황, 참전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이라 생각된다. 중국이 '굴기'할수록 한국의 고민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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