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_김승옥
하이번에는 짧은 단편을 들고 왔다.
읽는 데 30분 정도 걸린 이야기다.
수능을 공부하다 보면 이 작품을 접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하게 배웠던 작품인데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읽어보았다.
제목 그대로 무진에 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book으로 읽어서 인용된 문구의 페이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처음에 무진의 명산물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은 그것을 안개라고 말한다.
주인공이 무진으로 가게 된 것은 아내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새 출발이 필요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진이라고 하면 그것에의 연상은 아무래도 어둡던 나의 청년이었다."
정말 짧은 무진에서의 이야기다.
무진에 도착해서 남자 선생으로 근무 중인 오랜만에 만난 학교 후배를 통해 그 지역에 계속 살고 있는 인물과 무진으로 발령받아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 모임에서 만난 여자 선생과 대화를 하며 자신이 무진에 왔다는 것을 더 자각하게 된다.
그 선생은 서울로 가고 싶어 한다.
주인공이 자신을 서울로 데려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둘이 시간을 보내고 그 선생은 일주일 동안만 연애를 하자는 제안을 한다.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아내의 전보를 받고 서울로 간다.
마지막으로 그 선생에게 편지를 쓰지만, 두 어번 읽은 후 찢어 버린다.
"그렇지만 내 경험으로는 서울에서의 생활이 반드시 좋지도 않더군요. 책임, 책임뿐입니다."
"그렇지만 여긴 책임도 무책임도 없는 곳인 걸요."
"마지막으로 한 번 만이다. 꼭 한 번만, 그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한정된 책임 속에서만 살기로 한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처음에 언급한 안개는 자신의 눈과 모든 것을 가릴 수 있을 만큼 큰 존재로 여겨진다.
무진에서 자신이 한 행동이 모두 가려질 것이라 당연하게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반면 서울은 자신에게 수많은 책임이 주어지는 곳이다.
무진에서는 책임도 무책임도 있을 수 없는 곳이기에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말할 수 있다.
그 여자 선생과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도 무진이라는 곳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던 중에 온 아내의 급보는 자신을 가려준 안개가 실존하지 않는 것이라고 알려주듯이 현실로의 복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한정된 책임 속에서 갑갑하고 외롭게 살게 될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서울에 가서 외롭게 미쳐버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다.
자신이 안일하게 생각했던 무진에서의 행동들이 전부 부끄러워졌다는 점이 완전한 결말이었다.
누구든 도피하고 싶고 세상의 많은 것을 그만 내려놓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는 그 시기가 재작년이었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내가 가진 환경을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결과적으로는 작년 말에 캐나다로 도피를 왔다.
한국에서 가진 나의 책임에 대해 벗어나고 싶었다.
도피조차 나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은 지금 이곳에서 지고 있다.
도피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재작년 후반부터 캐나다에 오기 전까지의 시간조차도 나에게는 도피의 일환이었다.
사람으로부터의 자유와 내가 나아가기로 한 길에 대한 휴식도 같이 겪으면서 말이다.
모든 일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 모두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