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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사회 Sep 09. 2019

도서관엔 사서가 있다

ㅇㅇ워크샵에 대한 깊은 이야기

도서관을 만드는 것은 건축가만의 일이 아닙니다. 도서관은 지역성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미래 도서관의 모습이 모두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 그 공간을 쓸 사람이 참여해서 그 지역에 맞는 도서관의 모습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국적으로 전례 없는 도서관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서관에 만드는 일에 사서와 이용자가 참여하고 있는 곳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공간 운영 준비하기]에서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공간 운영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트윈세대가 자유롭게 공간을 오갈 수 있도록 아이들을 환대해줄 공간 운영자는 어떤 모습일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보세요.


* 이 글은 '아빠건축가' 지정우 소장님의 글 "워크샵을 디자인하다"에 소개된 'ㅇㅇ워크샵'에 대해 좀 더 깊이 살펴본 글입니다.

아빠건축가의 "워크샵을 디자인하다" 보러 가기


도서관엔 사서가 있다


도서관의 3대 요소는 공간(혹은 시설), 자료(혹은 장서), 사람(사서)입니다(최근에는 ‘이용자’를 포함시켜 4대 요소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필요한데, 이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사서)입니다. 사서는 도서관의 공간과 자료를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하여 이용자에게 최상의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도서관에는 사서가 있습니다. 사서는 전통적으로 ‘책 전문가’의 역할을 수행해 왔고 최근에는 '정보 전문가'로서 전문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서가 일하는 곳 =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사서를 ‘도서관 공간 전문가’라고 하는 것은 왠지 낯섭니다. 일차적으로는 문헌정보학이 도서관 공간보다 자료에 집중하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서들이 갖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공도서관 건립 과정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지자체에서 공공도서관을 지을 때 대개의 프로세스는 이렇습니다. 먼저 담당부서에서 도서관 건립 계획을 세우고 부지와 예산을 확보합니다. 그다음 입찰로 설계자를 선정하거나 공모를 통해 설계안을 선정합니다. 설계가 완성되면 공사를 시작하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끝난 후에야 공간을 운영할 사서를 선발합니다. 이렇다 보니 도서관 건립 과정에서 이용자는 물론이고 사서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개관 후 불편함은 온전히 사서와 이용자의 몫입니다. 공간을 쓸 사람들이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다면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2019년 5월 어느 날, 전주시 중산작은도서관에 25명의 사서가 모였습니다. 전주시 트윈세대 공간 설계 과정에서 사서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모인 자리입니다. 사서는 도서관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 평생을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과연 사서들이 상상하는 트윈세대 공간의 모습은 어떨까요?

전체를 네 모둠으로 나누고 모둠별로 사서 5~6명과 기록자 1명이 배석했습니다.


진행순서(총 120분)

1. 키워드 적기 : 트윈세대를 위한 좋은 공간이란? (20')

2. 평면도에 공간 그리기(10')

3. 전주시 트윈세대 조사 결과 공유(10')

4. 평면도 발전시키기(10')

5. 모형 꾸미기(50')

6. 결과 공유하기(20')




트윈세대를 위한 좋은 공간이란?

  - 포스트잇에 한 장에 한 가지씩 키워드 적기





                                       평면도에 공간 그리기





모형 꾸미기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처음에는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다들 활발히 참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모둠별로 주고받은 이야기 속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공간 콘셉트 : 자유로운, 편안한, 감성적인


"자유롭고 밝은 분위기면 좋겠어요. 계속 가고 싶은 곳이 될 수 있게요."

"트윈세대도 어린 아기들처럼 동굴이나 다락처럼 숨을 수 있고 아늑한 곳을 좋아할 것 같아."


사서들은 트윈세대 공간을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으로 구상했습니다. 앞서 발표한 디아이디어그룹의 조사 결과 때문일까요? 트윈세대 공간은 어른의 간섭이 없는 공간, 그러면서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 카페처럼 감성적인 공간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만화카페처럼 누울 수 있는 공간, 동굴이나 다락 같이 숨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의견도 많았습니다.


공간 구분 막힌 듯 안 막힌 공간


"벽으로 다 막혀있으면 답답해요. 관리하기에도 어렵고요."

"애들은 숨어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원 눈에는 다 보이게 할 순 없을까?"


공공도서관이나 청소년시설, 복지관은 대체로 벽으로 공간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ㅇㅇ실’이나 ‘ㅁㅁ방’과 같은 이름을 붙여 사용합니다. 공공도서관에는 주로 자료실, 열람실, 사무실, 동아리실, 회의실, 강당 같은 공간이 있죠. 공간을 ‘ㅇㅇ실’로 구분하면 소음을 통제할 수 있고 동시에 여러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윈세대 공간도 이렇게 방으로 구성하는 게 좋을까요?


사서들은 대부분 방과 방으로 구분된 공간보다는 열린 공간을 선호했습니다. 그 이유로 방 위주의 공간은 1. 자유롭지 않은 느낌을 주고 답답하며 2. 관리하기 어려운 점을 들었습니다.  아늑함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답답하지 않고 관리하기에도 편한 공간, 막힌 듯 안 막힌 공간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제작실처럼 방음이 필요한 곳은 벽을 유리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원형 서가로 둘러싸인 공간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제천기적의도서관)


공간에서의 경험 : 책을 너머


"애들은 뭘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창작공간이랑 전시공간도 넣자. 악기나 춤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넣고."

"책은 많이 안 들어가면 좋겠어. 책은 다른 층에도 둘 수 있으니까."


여전히 사회적으로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 혹은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여기에 대해 사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트윈세대 공간에서는 독서 이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모든 모둠에서 나왔습니다.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창작과 전시, 음악 감상, 보드게임, 유튜브 시청과 제작, 악기 연주와 공연 등 말이죠.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도록 작은 테이블보다 큰 테이블을 놓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소음관리 소음과 활동량에 따른 영역 구분


"소음이 많이 날 것 같으니까 정적이고 조용한 공간을 따로 만들자."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필요해요."

"시끄러워도 되는 시간을 따로 정하는 건 어때? 음악도 틀고 공연도 할 수 있게 말이야."


도서관에서 사서를 가장 예민하게 만드는 문제는 바로 소음입니다. 소음은 바로 민원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도서관 민원 중 소음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사서라고 해서 도서관이 무조건 조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소음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겠지요. 그러면서 조용히 책 읽는 친구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사서들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을까요? 대부분 소음과 활동량에 따라 영역을 구분하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공간이 옆으로 길기 때문에 대화나 토론같이 소리가 발생하는 활동과 독서 같은 정적인 활동을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대체로 입구에서 먼 안쪽을 책 읽는 공간 혹은 정적인 공간으로 하는 걸 선호했습니다. 특히 독서 공간을 안쪽 창가에 배치하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다른 의견 운영자의 자리는 어디에?


"아이들이 궁금한 걸 물어보거나 책을 빌리기 편하게 사서 데스크가 입구나 중앙에 있으면 어떨까요?"

"애들은 감시받는 걸 싫어하니까 사서 데스크는 구석에 두는 게 좋겠어요. 계단 올라오자마자 사서가 보이면 불편해할 것 같아요."


운영자의 자리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출입구 쪽이나 중앙에 둬서 트윈세대와 쉽게 접촉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과, 구석에 배치하여 아이들이 눈치 안 보고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운영자의 자리를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관종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도서관 사서 데스크는 출입구 옆, 도서관 전체가 보이는 자리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사서 데스크는 출입구와 가깝게 배치합니다. 사서 입장에서는 오가는 사람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환대와 배웅을 해줄 수 있습니다. 이용자는 사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으니 도움이 필요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론 도서관이 낯선 사람에게는 입구의 관리자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 가보는 도서관 자료실 입구에 사서 데스크가 있으면 괜히 부담스럽고 긴장하게 됩니다. 어떤 사서는 이용자들이 부담스러워해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서는 이용자를 돕기 위해 자료실에 있는데 이용자와 사서가 서로 피하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의 원인이 사서 데스크 위치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환대받지 못했던 경험, 이용자에게 환대를 거절당한 경험이 사서와 이용자의 벽을 만들지는 않았을까요? 최근에는 관리 인력을 줄이고자 건물 출입구에만 사서 데스크를 설치하는 곳도 생기고 있습니다. 사서가 있던 자리는 무인대출반납기가 차지합니다. 사서의 역할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면, 사서가 이용자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면 사서의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요? 더 적극적으로 사서의 역할을 찾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물어봐줘서 고맙습니다.


사서들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은 트윈세대 못지않게 창의적이고 기발합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30년을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들이라 기존 도서관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새로운 공간에 적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ㅇㅇ워크샵 -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사서들의 소감은 어땠을까요? 몇몇 분들께 물었습니다. 좋았다는 의견과 더불어 묵직한 메시지를 주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 이렇게 모여서 얘기하는 게 훨씬 좋네요. 처음에는 전혀 감이 없었는데 같이 이야기하다 보니 그림이 그려져요.”


"설계과정에서 사서에게 물어봐주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어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그동안 도서관 설계 과정에서 사서의 역할은 설계가 거의 완성되고 나서 확인하는 정도였어요. 오늘 설계자분께서 "아이들은 공간에 잠깐 머물다 가지만, 운영자는 그 공간에 하루 종일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운영자가 일하기 편한 공간이어야 한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참여 설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공청회 같이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자리는 열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그 공간을 운영할 사람들에게 묻는 경우는 적어요. 그리고 사서도 공간에 대한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대한민국 도서관은 공사중


정부는 2018년 8월 기존 개발 중심의 대규모 SOC가 아닌 소규모 생활 인프라를 확대하는 ‘지역밀착형 생활SOC 확충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9년에 관련 예산 8조 7000억 원을 편성했는데, 여기에는 작은도서관 243개소 건립 지원, 노후 공공도서관 50개관 리모델링 지원 계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매년 30~50개관의 공공도서관이 새로 개관하는 것을 생각하면 전체 공공도서관(약 1,100개관) 중 10% 이상이 현재 공사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2019년 4월 정부는 생활SOC 확충에 2022년까지 30조 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년 뒤에는 전체 공공도서관의 1/3이 신축했거나 재단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서관을 만드는 것은 건축가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 그 공간을 쓸 사람이 참여해서 그 지역에 맞는 도서관의 모습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국적으로 전례 없는 도서관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서관에 만드는 일에 사서와 이용자가 참여하고 있는 곳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글 I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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