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스피니, <죽음의 청기사>
기원전 3세기에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런 기록을 남겼다. "다른 것으로부터 안전을 얻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죽음에 관한 한 우리 인간은 모두가 방벽이 없는 도시에 산다."
1930년대에 독감의 원인이 바이러스임을 입증했던 영국과 미국 연구진은 스페인독감이 돼지가 사람에게 옮긴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을 수 있다고 주장해서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그 후 사람 독감과 돼지독감의 염기서열을 비교한 결과 그들의 의심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1918년 이후 돼지 사이에 유행하고 있었던 아형 바이러스 H1N1이 2009년 사람들 사이에서 변형된 형태로 재발했고, 그것이 21세기의 첫 범유행성 독감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것의 별명이 '돼지독감'이었다. 그렇게 부른 이유는 뻔했다. 하지만 더 긴 기간으로 봤을 때 독감을 사람에게 전파한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돼지는 단지 매개였을 뿐.
스페인독감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또 다른 범유행성 독감이 불가피하게 찾아오리라는 것, 다만 그로 인해 1000만 명이 죽느냐 1억 명이 죽느냐는 그것을 마주한 세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