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일 축하드려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아빠의 생일 축하합니다."
"아버님, 생신 축하드려요."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해지세요."
요양병원 집중 치료실에 입원해 계시는 중, 아빠의 생일이 되었어요. 아픈 사람은 축하해주는 게 아니라는 속설이 있지만, 우리는 아빠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아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데.. 내년 생일에 더 근사하게 축하해드리자는 기약을 할 수 없었어요.
계속 병원에 계셔서 시원하게 씻지도 못하고 답답하셨을 아빠를 위해 동생네 부부가 일찍 와서 머리도 감겨 드리고, 씻겨드렸어요. 병원에서도 반나절 정도 산소 호흡기 없이 지내실 수 있는 상태라서 외출을 허락해주어서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생크림 케익에 고구마 케익에 케익도 종류별로 두가지를 준비했어요. 혹시나 드실 수 있는게 있을까 싶어 사온 우리의 마음이었어요. 영양제도 맞고, 환자들이 마시는 영양가 듬뿍이라며 광고하는 음료도 드시고 계시지만 날이 갈수록 마르시고 죽음과 가까워지는, 그림자가 지는 아빠 얼굴이 안타까워서 식사를 좀 하실 수 없냐고 물어보던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음식을 못드시다 가시는 게 영 마음이 아팠던 터라 뭐라도 조금 드시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었어요.
"케익 보드랍네. 이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아빠 케익 좀 드셔보실래요?"
"그래 그래 조금 줘봐라."
아빠의 생일에 제대로 된 식사는 아니었지만, 아빠도 함께 무언가를 조금 드실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어요. 아빠는 케익 두 조각을 맛있게 드셨어요. 아빠는 오랫만에 집에 오셔서 편안해 보이셨어요. 잠시 침대에도 누워 쉬시면서 그냥 그대로 퇴원을 하시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아빠 병원에서 외출한거야. 조금 쉬었다가 다시 병원 가야한대."
"........."
"우리도 아빠가 그냥 집에서 편하게 계시면 좋겠는데 집에서는 진통제도 산소호흡기도 쓸 수가 없어서 안된대. 아빠한테는 이제 그게 꼭 필요하대."
시간이 되어 다시 병원으로 향하는 아빠의 발걸음이 무거웠어요. 계속 집에 오고 싶어하셨던 아빠는 그렇게 집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생일을 축하받고, 잘 씻으시고 잠시 주무셨다가 병원으로 가셨어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것이 아빠가 집에 올 수 있는 마지막 순간 이란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어요.
생일을 보내고 다시 병원으로 입원하신 아빠는 점점 더 나빠지셨어요. 잠시 산소 호흡기를 떼도 되었고, 산소량도 낮추어도 되었는데, 그날 잠시의 외출은 다시 아빠의 상황을 나쁘게 만들었어요. 어쩌면 생일의 하루가 아빠를 더 위독하게, 아빠의 시간을 더 짧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다시 선택한다고 해도 생일을 축하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다음의 생일을 기약할 수 없고, 아빠가 계시는.. 다 함께 모여 함께 즐겁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더는 없을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어요.
아빠의 병세는 악화 되어, 산소량을 높여도 차도가 없었어요. 요양병원에서는 그곳에서 마지막을 맞이해도 된다고 했지만, 집중치료실은 편안하지 않았고 우리는 아빠의 마지막 길이 조금은 덜 아프고 더 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빠는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병원으로 옮기셨어요.
호스피스 병동으로 바로 갈 수는 없어서 일반 병실에 입원을 했어요. 모두 마지막을 조금더 편안하게 보내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갈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곳에 입원해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 호스피스 병동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이었어요. 그곳은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선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