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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지켜낸 아이의 마음, 그리고 삶의 중심

책은 여전히 삶의 중심의 도구이다

by 서수정



아침을 여는 우리 집의 풍경은 그리 특별할 것 없다.

거실의 책꽂이에는 각자의 책이 놓여 있고, 아이들은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책을 한 장씩 넘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누군가는 이야기책을, 누군가는 과학 도서를, 누군가는 시집을 펼쳐든다.

그 순간만큼은 스마트폰도, 과제도, 세상도 잠시 멀어진다.

책 속에 잠겨 있는 시간이 아이들을 천천히 단단하게 빚어왔다.


독서, 집중력을 길들이는 가장 오래된 방식


세상은 시끄럽다.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음, 스크롤을 멈출 수 없는 피드, 손끝 하나로 열리는 수많은 창들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점점 놓친다.

‘집중력’은 이제 더 이상 타고나는 성질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길들이고, 스스로 선택해야만 하는 생존력에 가까워졌다.

그 과정에서 내가 붙잡은 건 다름 아닌 ‘독서’였다.

아이들에게 책은 단순히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수단이 아니었다.

한 문장에 오래 머무는 법, 한 권을 끝까지 읽는 끈기,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의 평온함.

이 모든 것을 책이 가르쳐주었다.


독서는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주의력으로 읽는 일’이었다.

그 주의력은 자연스럽게 삶의 태도로 이어졌다.

몰입할 줄 알고, 흐름을 타며, 자기 생각을 정돈해 말할 줄 아는 사람으로 아이들이 자라났다.

나는 그 모든 시작이 책에 있다고 믿는다.


스마트폰 시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우리 집 아이들은 중학교 입학 때 처음 스마트폰을 가졌다.

그전까지는 없어도 괜찮았다. 학교에서 스마트 폰이 없는 유일한 학생이었다.

대신, 하루의 할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완료하면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그 자유 시간엔 책을 읽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멍하니 창밖을 보기도 하고 컴퓨터 게임도 했다.

스스로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자, 오히려 통제는 필요 없게 되었다.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책에서 요한 하리는 말한다.

"당신의 집중력이 약한 것이 아니다. 집중할 수 없도록 설계된 세상에 살고 있을 뿐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우리는 지금 의도적으로 ‘주의를 빼앗기도록 설계된 환경’ 안에 살고 있다.

따라서 집중력을 회복하는 일은 단지 훈련이 아니라, 삶의 중심을 되찾는 선택이다.


집중력을 지키기 위한 아주 작은 실천들

내가 아이들과 함께 실천해 온 몇 가지를 나누고 싶다.

이건 거창한 교육법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선택들이다.


# 책 읽는 시간을 가장 먼저 준다


하루의 시작, 혹은 자기 전 20분.

책 한 권과 마주하는 이 시간은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훈련이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하게 한다


오늘 할 일, 그 분량과 순서는 아이가 직접 정한다.

스스로 정한 일은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 디지털 기기와 거리두기


스마트폰은 단지 나쁜 게 아니다. 다만 ‘쉬지 않고 연결되도록 설계된 것’이기에, 주도권을 놓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 책은 지식이 아니라 내면을 키우는 도구


아이가 고른 책에 간섭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책에서 출발한 독서는 아이를 멀리까지 데려간다.

책은 곧 ‘혼자 있는 힘’을 길러준다.


독서는 아이를 만들고, 나를 지켜준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아이가 어릴 때 "엄마, 책 읽어두길 잘했어요"라고 말하던 순간을……

그 한 마디 속엔 수없이 반복된 조용한 시간들과, 스스로 키워낸 몰입의 힘이 담겨 있었다.


책은 아이의 마음을 키웠고,

그 마음은 다시 집중력이라는 날개를 달고 아이를 더 넓은 세계로 데려갔다.


아이에게 책을 읽힌다는 건 단순히 글을 읽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중심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중심은 아이를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해 준다.


책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도구다

우리는 모두 깊이 생각하고, 오래 머물며, 느리게 자라는 것을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책은 여전히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에게 책을 권하는 일은, 그 아이에게 자기만의 방을 마련해 주는 일과도 같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소음으로부터, 세상의 속도로부터 아이의 마음을 지켜낸 건 다름 아닌 책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독서라는 고요한 습관 속에서 다시 나를 찾곤 한다.


책이 아이를 만들었고, 나를 지켜주었다.

이보다 더 분명한 이유가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그 믿음 하나로 책장을 넘긴다.



세상의 부모에게 건네는 감성 한 줄

“책 한 권을 읽히는 건, 아이에게 세상 어디서든 흔들리지 않을 마음을 선물하는 일입니다.”


“스마트폰을 쥐어주기 전에, 책 한 권을 안겨주세요.

그 품이 아이의 세계가 됩니다.”


“아이의 집중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매일 조용히 쌓아 올린 당신의 기다림 위에 자랍니다.”


“오늘 아이와 함께 넘긴 책 한 장이,

내일의 선택을 지켜줄 나침반이 됩니다.”


“부모가 먼저 책을 펼칠 때,

아이의 마음은 그 조용한 울림을 닮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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