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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길을 찾고, 길 위에서 책을 읽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한 체험 독서의 기록

by 서수정

아이와 함께 하는 독서는 종종 종이 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책 속 지식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을 걸을 때, 아이들은 글자를 넘어서 ‘경험하는 독서‘를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여러 번 교과서에 나온 이름들을 따라 길을 나섰다.

서울의 궁궐들은 안 간 곳 없이 이미 여러 차례 다녀왔다.

경복궁의 근엄함도, 덕수궁의 돌담길의 정취, 창덕궁의 후원을 걸으며 그 시대의 길을 느끼기도 하며 아이들의 기억 속에 있다.

많은 경험들 중 지금도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들 중 하나는 순천만 여행이었다.




순천만, 책에서 뛰쳐나온 장면들

그날 우리는 45인승 버스를 빌려 순천만으로 향했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한 체험학습.

목적지는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 칠면초 군락지.

출발 전 아이들은 <갯벌식물도감> <갯벌이 좋아요> 등 책을 읽고 정리 노트도 만들었다.

교과서에 길린 칠면초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준비했다.

미리 준비한 덕분에 현장에서의 생동감을 더욱 컸다.

칠면초 군락을 보기 위해 우리는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운동화와 물은 필수였다.

나는 칠면초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줄 알았고, 편한 신발에 대한 공지를 빠뜨렸다.

하지만 칠면초는 전망대에 올라야지만 그 멋진 보랏빛 칠면초를 볼 수 있다.

함께 동행했던 엄마 한 분은 그 사실을 모르고 데크 길을 편하게 걸을 줄 알고 구두를 신고 왔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끝까지 올랐지만 후에 들은 이야기는 발톱이 빠질 정도의 고통을 감수했다는 것이었다.

미안했지만 그래도 함께 하면서 우리는 연대감을 느꼈고 서로 이해하면서 책 속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이렇게 여러 명이 다녀온 후에도 5 가족이 함께 방문한 순천에서 한옥 숙소에 묵으며 우리나라의 전통 한옥에 대한 좋은 기억도 갖게 되었고,

책 밖의 세계를 직접 경험하는 좋은 기회들을 만들었다.



독서, 길 위의 교과서

이런 체험학습을 위해 나는 항상 “책 먼저, 여행은 나중, 복습은 필수”라는 원칙을 세웠다.

단순히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배경지식을 쌓고, 현장에서 경험하고 돌아와서는 책 만들기 등 탐구 보고서로 정리하였다.

가장 많이 활용한 책은 [ 신나는 교과 체험 학습_주니어 김영사] 시리즈였다.


경주를 방문하기 전에는 삼국의 역사 도서와 인물 등을 담은 책을 읽고 첨성대와 대왕암 등 을 둘러보았고, 다녀와서 유물 유적 백과사전, 역사 신문 등으로 아이들과 정리하였다.

강화도에 갈 때는 고려에 관한 도서를 읽고 고려의 역사적 배경과 사전 지식, 관련 인물 등 파악을 통해 그 시대를 여행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곡창 읍성과 낙안 읍성을 교과서 한 컷을 보여주기 위해서 여행 계획을 세웠을 때도 우리나라 성곽의 특징 등을 미리 책을 통해 읽은 후 여행을 하니 눈으로 직접 보며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서울의 궁궐은 방학 때마다 기차를 이용해서 방문하였다. 서울은 한번 가면 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고 미술 전시회(르느와르 전 등), 체험부스 등 미리 예약해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좋은 활동을 제공받아서 좋았다.





엄마들과 함께 만드는 배움의 공동체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독서에 대한 열정이 더욱더 시작된 것 같다.

같은 동네 엄마들과 품앗이 교육을 시작했을 때도 그 시기였으니 말이다.

품앗이 교육은 다음 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엄마들과의 배움의 공동체는 일상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배움을 제공해서 좋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모두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친구 관계도 중요하고 그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그것은 책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과의 공동체는 그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다니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이기에 엄마들에게 받는 도움은 크다.

함께 하는 시간이 다 좋을 수만은 없지만 그들과 소통하는 것을 통해 양보와 절제, 공동체 의식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 배움의 길

책만 읽는 것도, 체험만 하는 것도 충분치 않다.

하지만 그 둘이 함께 할 때 아이들은 단단하게 자란다.

책 속에서 배운 지식이 몸으로 익혀지고 스며들 때 그것은 단순한 공부가 아닌 삶의 감각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손잡고 같은 풍경을 보며 ”이것에 책에서 본 거야 “라고 외치는 순간, 울리는 그 어떤 시험 점수보다 깊고 오래가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아이들이 훌쩍 자라서 그들의 자리에서 열심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그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느낀다.

책 속에서 길을 찾고, 길 위에서 책을 읽은 나의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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