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앞에서 흔들리며 다시 나를 세우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 프리드리히 니체

by 서수정


"신은 죽었다"는 선언 앞에서, 나는 인간의 가벼움과 무게를 되짚었다


니체는 나에게 낯선 철학자였다.

‘신은 죽었다’는 말만 들었을 뿐, 그의 사유의 세계엔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다 뜻밖에도 니체를 다시 만났다. 그 안에 스며든 영원회귀와 초인의 개념은 기묘하게 마음을 자극했다. 그렇게 시작된 니체와의 조우는 결국, 오랜 숙제처럼 미뤄두었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이어졌다.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아마 다시 덮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철학적 선언이자 시적인 장광설이며, 니체의 영혼이 스스로를 향해 쏘아 올린 불꽃이다.

읽는 내내 정신은 산을 오르듯 헐떡이고, 마음은 때론 그 절벽 앞에 멈춰 섰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멈추지 못했다. 고통스럽고 어렵지만, 그 안에서 어떤 깨어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니체는 왜 “신은 죽었다”라고 말했을까.

그는 단순히 신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 아니었다.

신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된 도덕과 가치, 인간의 의지를 무기력하게 만든 체계들, 그리고 그 체계를 맹목적으로 따르던 믿음을 통째로 무너뜨리고자 한 것이 아닐까.

그에게 신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하늘이 무너진 자리에 인간을 다시 세우기 위한 선언이었다.


차라투스트라의 말처럼, “초인은 대지의 뜻이다.”

그는 하늘이 아닌 지금 이곳에서,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삶을 창조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허무와 반복, 쾌락과 고통 속에서도 ‘나는 누구이며,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끊임없이 찾아가야 한다고.


책 속의 ‘나’는 곧 니체 자신이며, 동시에 우리 자신이다.

혼란스러운 내면의 목소리를 차라투스트라라는 분신을 통해 끄집어내고, 인간의 나약함과 위선을 일침 하며 새로운 존재의 형식을 제안한다.

그것이 바로 초인. 기존의 윤리나 규범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인간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 안의 낡은 사고들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하늘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나는 대지로 시선을 내렸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철학이 아닌, 뜨거운 삶의 권유였다.


나는 그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는 그의 외침을 들었다.

“너도 똑같은 인간이라고!”

그 말에 서늘해졌고, 동시에 위로받았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고 흔들리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를 새롭게 세울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니체는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다만 나의 틀을 흔들었고, 내가 만든 신을 무덤에 눕혔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너는 네 삶을 얼마나 너 자신의 것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기독교인으로서 니체에 대한 반감이 없었다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후, 나는 니체를 비판하는 대신 그의 정직함에 반하게 되었다.

그는 어쩌면 가장 신을 사랑했기에, 인간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신이 죽어야 한다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선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를 손에 들었다.

니체는 여전히 어렵고, 때로는 당혹스럽지만, 그가 던진 질문은 내 안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늘 하루 종일 니체와 씨름했고, 글을 마무리하기까지 핸드폰을 놓지 못했다.

결론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해진 한 가지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더 가치 있게 여기고,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겠다는 것.

그것이 내가 도달한 가장 소박하고도 깊은 깨달음이다.


아마도 다음에 다시 니체를 마주하게 된다면, 이 글의 2편이 쓰이게 되겠지.

그때의 나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왜냐하면 삶은 끊임없는 되돌아옴이자, 되돌아보며 새로 써 내려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니체처럼 말할 수는 없지만,

‘내 삶은 나의 것’이라는 말을 조금은 더 확신 있게 꺼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면, 지금의 이 책 읽기는 충분했다.


삶의 무게에 눌릴 때, 니체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의 문장은 여전히 날카롭고 어렵겠지만,

내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증거로 삼아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나의 철학은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형제들이여 간곡히 바라노니 대지에 충실하라. 그리고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말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


“가장 높은 산에 오르는 자는 모든 비극적 유희와 비극적 엄숙함을 비웃는다.”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한 동정 때문에 신은 죽었다.”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니체 #철학에세이 #영원회귀 #브런치북 #기독인과니체의대화 #초인의탄생
















keyword
이전 10화나는 누구의 데이터로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