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_요슈타인 가아더
“왜 그런 것 같아?”
내가 아이들과 가장 자주 나눈 말이다.
이 짧은 질문 하나가 나와 아이들의 삶을 얼마나 바꾸어놓았는지, 나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다.
책을 읽을 때도, 뉴스를 보고 함께 이야기할 때도, 작은 생활 속 사건들 앞에서도 나는 늘 물었다.
“왜 그럴까?” “너는 어떻게 생각해?”
어릴 적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처음엔 막연히 사고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질문에 질문을 계속하면서 성가시기도 하고 곧장 대답해줘야 한다는 부담에 지칠 때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이 질문은 단순한 대화의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을 일깨우는 방식이라는 것을 아이들과 사유하는 방법을 익히며 알게 되었다.
‘왜?’로 시작된 철학의 여정
아이들이 어릴 적엔 “왜?”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왜 비가 와요?”
“왜 사람은 죽어요?”
“왜 나는 안 되고, 어른은 돼요?”
그 질문들은 때로 대답하기 곤란했고, 때로 나를 멈춰 세웠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생각이 움트는 그 틈, 나는 그 옆에 서 있는 어른이고 싶었다.
질문은 생각의 시작이고, 질문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은 곧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소피의 세계] ,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준 책
그 믿음이 더 깊어지게 만든 책이 있다. 내게는 특별한 책이었다.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
아이의 물음에 답하려 했던 내가 어느 순간 이 책을 통해 소피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철학을 소개하는 청소년 소설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책은 단순히 철학사를 설명하는 게 아니었다.
한 소녀가 우연히 받은 편지 한 장을 시작으로 세상의 근원을 묻고, 존재의 의미를 파헤치고, 결국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자체를 의심하기에 이르는 이야기였다.
소피는 플라톤이나 칸트 같은 이름을 외우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사유를 따라가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묻고,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 삶의 주인인가?”
“지금 이 현실은 진짜일까?”라는 질문들을 자기 안에서 길러낸다.
그 과정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질문은 지식을 쌓는 도구가 아니라, 존재의 뿌리를 되묻는 힘이라는 것을 말이다.
스스로 묻고, 생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기의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집의 작은 철학 수업
나도 소피처럼 아이들과 질문을 나누었다.
어떤 날은 그림책을 읽고, 어떤 날은 마트에서 줄을 서다가, 어떤 날은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걸 본 아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때마다 나는 대답보다는 다시 질문으로 되돌려주는 법을 선택했다.
“그건 왜 그런 것 같아?”
“너는 어떻게 느꼈어?”
“그걸 본 너는 어떤 생각이 들어?”
이런 말들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아이의 생각에 길을 만들어주고, 그 길 위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간다.
철학은 아이를 위한 것도, 나만의 것도 아니었다
아이를 생각하며 던진 질문들은 어느새 내게로 돌아왔다.
대답보다는 함께 생각해 보는 과정, 자기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나?”
“지금의 나는, 진짜 내가 원하던 모습인가?”
“나는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품은 어른으로 남고 싶은가?”
[소피의 세계]는 누군가 짜 놓은 이야기를 따라가던 소피가 자기만의 세계를 ‘의심’하고 ‘벗어나는’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아이와의 질문은, 나 역시 내 안의 이야기에서 깨어나게 만드는 철학의 문이었다는 것을...
답보다 오래 남는 질문
나는 더 이상 아이에게 모든 답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질문을 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철학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왜’ 속에서 태어난다.
아이의 질문 앞에 주춤거릴 때, 나 역시 흔들리며 생각할 수 있다면, 그건 우리가 함께 살아 있는 증거일 것이다.
가끔은 질문만 있고 답이 없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질문이 어디까지 나를 데려가는가이니까…
소피의 세계가 내게 가르쳐 준 것
소피의 생각하는 방법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지식이 아나라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기쁨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와의 일상 속에서도 그 가르침을 조금씩 실천하며 지금 어른이 된 그들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혹시 아이의 질문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 그건 철학이 시작되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함께 질문을 품는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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