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스파크형'의 사랑을 찾기 위한 여정, 두 번째 이야기
열정과 사랑의 불꽃으로 움직이는 'ENFP'인 나는 다시 사랑의 대상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먼 곳으로 눈 돌리기보다는 익숙하고도 편안한 사람들, 대상들로부터 다시 재발견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2월의 조개껍데기 조각들'이라는 프로젝트이다. 닫혀있어서 보지 못했던 조개껍데기 속의 반짝임처럼, 일상 속 익숙해서 보지 못한 반짝임 들을 찾으러 다녔다. 아래는 내가 찾은 2월의 조각들이다.
#0. 내 안의 조개껍데기
멈칫거리다가 오늘까지 왔다. 첫 마음 생각하기. 2년간의 이야기를 잘 정리하고, 산뜻한 마음으로 앞으로를 시작하고 싶다.
#1. 걱정인형과 전통찻집
잠잘 때 내가 가진 모든 고민을 끌어안아준다는 걱정 인형을 선물 받았다. 본래 이 인형은 내가 독일을 간다고 해서 친구가 준 선물이었지만 말이다. 작고 귀엽고 소중한 인형. 친구를 만난 날, 우린 전통찻집에 갔다. 예약하고 찻집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바닥이 참 따듯한 찻집에 앉아 차와 다과를 기다렸다. 따듯한 분위기에 이끌려, 차를 기다리는 동안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근처 편의점에 갔다. 그리고는 2개의 공책을 샀다.
친구 거, 내 거.
우리는 각자의 공책에 찻집을 그렸다. 타로카드도 종종 봐주는 전통찻집의 분위기는 오묘하다. 차에 둥둥 떠 있는 꽃잎과 계피도 그렸다. 안온한 주말,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와 차향을 맡았다. 시원한 향이 났고, 희한하게도 연기 맛이 났다. 전에 느껴본 적 없는 향이라 신기했는데 주인분께 여쭤보니 찻잎을 태우면서 나는 맛이라고 했다. 유튜브를 운영하시는 주인분께서 오늘 내가 먹은 차는 유튜브에 만드는 과정이 올라갈 예정이라고 알려주셨다. 미리 만든 영상을 보여주시기에 살펴도 보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전에 없던 호기심이 생겼던 날.
#2. 롤링페이퍼와 눈썹달
전에 친구 집에서 잠을 잤을 때 친구 강아지와 함께 동침했던 기억이 있다. 비록 새벽에 내 손을 밟아 악- 소리를 내며 깨기는 했어도 내 옆에서 고른 숨을 내쉬며 잠을 자던 강아지가 무척 좋았다. 숨을 들이쉬고 내 쉴 때 느껴지는 따닷한 강아지의 촉감이 좋았다. 친구들의 집에서 잠자는 건 좋다. 이 친구는 이렇게 잠이 드는 구나를 알 수 있으니까. 그들이 집 안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하루 동안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은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이 친구 집에는 고양이가 사는데 눈동자가 참 매력적이다. 나와 함께 다른 두 친구도 친구 집에 방문했다. 이 오묘한 조합은 독문학 학회 멤버이자,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우리 넷은 모두 독일에 갈 줄 알았는데, 코로나로 1년이 미뤄지더니 올해에는 두 명의 친구들만 가게 됐다. 나에겐 각별한 사람들이어서 가기 전에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롤링페이퍼를 쓰자고 제안했다.
마침 한 친구가 귀여운 스티커를 가지고 와서 내가 가져온 파스텔톤 종이 위에 스티커를 붙이고 편지도 작성했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고,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으니 행복했다. 편지를 써줄 누군가가 있고, 떠나는 언니와 친구에게 잘 다녀오라는 말을 건네며 헤어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혜화에 위치한 친구 집은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야식을 사러 잠깐 나갔을 때 본 풍경은 말 그대로 아름다웠다. “너, 늘 이런 멋진 풍경을 보고 사는구나.”라고 말했다가, 바람이 쌩쌩 불어 흔들리는 창문을 보고는 역시 이런 뷰가 있는 곳에서 살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싶었다. 그래도 그날의 달은 참 예쁘더라.
#3. 하트 나이테
산책하다가 발견한 나이테. 밑동만 남은 나이테를 보면 끝에서부터 중심이 쫙 갈라진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다 우연히 하트 나이테를 발견한 것이다. 엄청 매력적이다. 내 기준에서 나이테는 세월을 지나면서 받는 상처이다. 그 상처들의 가장 “핵”은 아무래도 성장의 시작점에 있는 '유년 시절'인데, 유년 시기에 겪은 아픔은 이후 큰 영향을 끼쳐서 결국 중심이 쫙 갈라져 버린다. 갈라짐으로써 비로소 극복하게 된 아픔을 상상해 본다. 이 나이테도 마찬가지이다. 중심은 쩍-하고 갈라졌지만, 그곳엔 하트가 남았다. 사랑이 남았다.
#4. 한강와 동기들
한강. 일렁이는 한강 물결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노을이 이미 져버린 뒤의 한강 물결은 차갑기 그지없다. 차가움 속에서도 차가운 바람을 함께 맞고 있는 동기들과 함께 또다시 한강에 갔다. 한강과 동기들.
#5. 이야기
열일곱에 만난 우리가 벌써 성인이 되었다니. 만나자마자 우린 고등학생 때의 추억을 꺼내 들었다가, 새벽 즈음에는 미래를 그리고 있더라. 불안한 지금 시기도 미래의 우리가 본다면 참 반짝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이렇게 결국은 이야기만 남나 봐.
#6. 가족들
2월의 끝자락에 나는 가족들과 함께 서울 식물원에 다녀왔다. 사진도 남기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공원에 올라가서 잠시 노래도 들었다. 가족들과 함께 걸으며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라는 아이유의 UNLUCKY. 들어도 들어도 좋다.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잠시 우울해하고, 다시 기운 내서 달려보고 싶어 졌다. 한강 옆, 규칙적으로 달려 나가는 차들처럼.
2월의 조각 끝. 멈칫거린 마음을 정리하고 산뜻해지기 위해 조개껍데기 조각들을 모았다. 평온하고도 행복한 한 달이었다. 이제 내일부터 다시 개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