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요령은 살면서 내린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거예요.

왓챠 플레이 <와이 우먼 킬>

by 북극성 문학일기
사진 출처 : 왓챠 플레이



밤새워서 <와이 우먼 킬>을 보고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화만 남겨두고 있었다. 삶에 별다른 의욕이 없어진 나는 이제 지난 2월의 방황을 끝내고, 이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고자 다짐했으나... 실패했다. 참 이상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편한 마음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그냥 잠자기는 싫어서 새벽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방바닥에 누웠다. 그렇게 마지막 회까지 남겨두고 있을 무렵, 동생이 나에게 한마디 건넸다. “언니 편해 보인다.”


동생은 방문을 닫고 나갔고, 나는 별 뜻 없이 던진 동생의 말에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 순간 항변하고 싶어졌다. 나 편한 거 아니야! 몸도 마음도 편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새벽 내내 공부를 하는 동생이 보기에 나의 모습은 무척이나 편안해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몇 달에 비해서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던 차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오롯이 끝은 아니었다. 나 역시 게으른 내 모습이 싫었고, 정체 모를 마음 한구석 불편함이 나를 콕콕 찌르던 중이었다. 그걸 애써 무시하다가 동생의 말에 와르르 터져버린 것이다.


그건 실로 오랜만의 눈물이었다. - 그래봤자 2주일이지만- 일순간 가슴에서부터 머리로 열이 빠르게 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그 열기가 머리 끝부분까지 치고 올라왔을 때 펑-하고 눈물이 터졌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 한심하다. 참. 꿈을 잃고 내가 한다는 건 기껏해야 드라마를 보는 일이라니. 못 견딜 정도로 내가 부끄러웠다. 짧은 시간 동안 거의 통곡을 하며 울었다.


여러 복합적인 감정은 재빠르게 날 훑고 지나갔고, 다시 빠르게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은 개운하기까지 했다. 희한하게도 그동안 눈물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아니면 꽤 치유를 받아서 그런지 그날은 아주 짧게 울고 끝났다. 어라, 나 좀 괜찮아진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며 이 와중에도 약간은 내가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성인이 되고 나서 눈물을 달고 다니는 내 모습은 진짜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싶을 만큼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쌓인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한 뒤에 방에서 나가서 때마침 깨어있는 가족들과 대화했다. '나 이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니었나 봐. 다 잊고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라고 고백했다. 아직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그래서 여러 감정을 잊고 싶은 마음에 드라마를 봤다고 말했다. 동생은 갑자기 이런 상황을 겪어 당황했고 (당황할만하다) 나도 드라마보다가, 뜬금없이 이른 아침에 울어서 당황한 상태로 잠시 머쓱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런 일로 울어서 언니로서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나도 내 상황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아직 힘들구나. 그렇지만 잊어봅시다. 그래도.


상황은 정리됐고 동생에게는 갑자기 당황스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우선은 드라마를 마저 봐야 했다. 마지막 화만 남겨두고 있었으니까. 중간이었으면 포기했을 텐데 그래도 결말은 보고 끝내야 깔끔하겠다 싶었다. 이 상황을 겪고도 끝까지 가보려고 하는 건 내 성격이기도 하다. 그렇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양, 다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와, <와이 우먼 킬> 이걸 왜 이제 봤나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드라마였다.


잠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와이 우먼 킬>은 1채의 집에서 일어난 3건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1960년대 주부, 1980년대 사교계 명사, 2019년의 변호사가 결혼생활을 겪으면서 왜 그들은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다루고 있다. 스토리 이외에도 쨍한 색채와 강렬한 영상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출처 : 왓챠 플레이



그러다 대사 하나를 발견했다. “요령은 살면서 내린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거예요.” 이 대사가 나온 맥락은 스포일러가 되니 생략하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 대사를 보려고 이 드라마의 완결까지 본 게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도 나는 자신을 다독여야만 한다. 후회하지 말자고. 그때 이미 독일 교환학생은 포기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때때로 흔들렸던 까닭은 코로나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실제로 독일에 있는 사람들과 채팅으로 대화해본 결과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브런치에 다시 옮기는 6월,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게다가 어느 날, 독일에 가 있는 지인이 내게 보낸 사진은 평화 그 자체였다. 그러므로 오늘, 나의 울음은 아직 괜찮지 않음과 동시에 독일행을 포기한 '내 선택이 틀렸으면 어쩌지!'라는 마음도 섞여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살면서 내가 내린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건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후회로만 삶을 산다면 앞으로의 나날도 괴로움 그 자체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후회하지 않도록 또 애써보고자 한다. 후회하더라도 짧게 후회하고, 짧게 울고 다시 오늘을 살아가기로. 또 애써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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