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이란 무엇일까?

by 녹차파우더

모 드라마에서 작가인 여자 주인공이 고백하는 씬을 상상하며 글을 쓰지만, 멋진 장면과 대사가 떠오르지 않자,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PD와 고백에 관련된 상황을 재연하며 서로 감정을 교류하는 부분을 보고 궁금해졌다. 나는 왜 그 사람에게 고백했을까? 그리고 왜 고백하지 못했을까?


어떤 한 사람이 내 마음에 들어왔을 때, 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남에도 굳이 숨기고 절대 말로 뱉지 않았다. 나 빼고 주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처음으로 이성과 전화기 배터리가 다 닳도록 배터리가 뜨거워져 수명이 다해가는 걸 알면서도 쉽게 끊지 못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면 자동적으로 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내 시선은 그 사람만을 향해간다는 걸 책의 이야기가, 고백송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그 사람에게 선톡을 했고, 필요한 정보가 아닌데도 괜히 메시지를 보내 놓고 부끄러워 온 방안을 방방 뛴 적도 있었다.


이런 마음이 커지고 커질수록 제어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조금씩 무서워지기도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이 감정을 가지고 상대방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까? 나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되면 싫어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숨기고 그 사람을 대해야 할까? 고민을 하고 괜히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를 잠시 멀리 두기도 했다.


그에게서 한 통의 긴 문자가 왔다. 요즘 연락이 뜸해서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라는 말을 시작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그의 마음이 담긴 문장들을 읽으면서 내가 못난 짓을 했구나, 상대방에게 좋아한다고 말해주지는 못할 망정, 상처를 주었구나 라며 눈물을 뚝뚝 흘린 날도 있었다.


겨우 친구들에게 등 떠 밀려 비 오는 날, 그에게 우산 하나를 건네주며 나와 우산을 써주지 않겠냐며 고백 비슷한 걸 얼버무리며 내뱉었다. 솔직한 감상은 내뱉고 나서야 내가 그동안 숨을 제대로 쉬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얼마나 마음을 꾹꾹 참고 있었는지 긴장이 풀려 주저앉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뒷 이야기는 보통 그렇듯 그런 사랑도 끝이 있었다.


문득 나는 고백을 왜 했을까? 궁금해졌다. 드라마 작가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남에게 주기 싫어서 아니면 나만 좋아해 주길 바래서 고백했을까? 오히려 고백해서 사귈 때보다 사귀기 전 썸을 탈 때가 더 달달했고, 더 알콩달콩한 이미지에 가까웠다.


내가 그를 좋아하니까, 너도 나를 좋아해야 한다는 보상심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좋아한 시간과 돈과 애정에 대한 대가를 원해서였을까? 고백을 하고 사귀는 사이가 되어야 연인이라는 이름하에 할 수 있는 것들이 허용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커플이 되어야 하는 주위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이미 너무 오래전이라 사실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는 선을 지우다 종이가 찢어진 것처럼 연애의 기억이 누렇게 변한 뒤라 고백이라는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희미하다. 다만 내게 고백은 내게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출발선에서 상대방과 나의 다리에 손수건을 엮고 같이 이인삼각으로 결승전까지 뛰어줄 수 있냐고 물을 정도의 큰 용기였다.


어느 정도 상대방이 받아줄 것이라는 걸 주변 사람들을 통해 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나는 작은 나를 더 작게 만들어 그가 보이지 않게 숨으면서도 그가 나를 알아채기를 바라는 숨바꼭질을 계속하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사람과 술래 없는 숨바꼭질을 계속하는 것이다.


고백이란 결국 확실치 않은 무언가에 소리와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 한마디가 혹은 행동이 석연치 않았던 의심에 확신 혹은 결과물을 주는 것이다. 한쪽 방향이든, 쌍 방향이든 그렇게 감정을 교류하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지칭하는 형태가 나타난다. 그 결과물이 계속 크기를 이어갈지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고백이란 건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상대방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혹은 목표가 있다면 고백으로 둘의 관계를 확실히 정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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