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자마자 끝내야 하는 이야기(연습실 안녕)

오래 걸린 결정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금방 포기할 수밖에 없다.

by 녹차파우더

몇 달 전, 가족 중 한 사람이 급격하게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건강은 쉽게 좋아지지 않았고, 점점 삶의 의지를 잃고 계셨다. 그랬다. 나는 그 상황을 도와드릴 수 없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도망쳐 나왔다. 꼭 회피를 위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정이 들 찰나,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며 안정을 취할 나의 공간은 다음 달까지만 사용하기로 했다.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다. 내가 왜 이 연습실을 빌려야 했는지, 연습실에 가져온 나의 물건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리고 내가 이 공간에서 꿈꾸고자 했던, 실현하고자 했던 꿈이 무엇이 었는지를 하나씩 꺼내며 글로 꺼내어 쓰고 싶었는데 아쉽게 불발되었다. 좋은 이야기만 쓸 수 없는 것이라지만, 시작도 하지 못하고 접어야 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


왜 내가 선택한 결정은 항상 외부 상황에 휘둘려 그만둬야 하는지 가끔 하늘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의욕을 감추고 감추다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간을 들여 고민을 하고 계획하여 시작만 하면 나의 성공할 미래를 질투라도 하는 듯 시련이 다가온다.


그 시련을 넘어야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공들인 노력에 비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잦다 보면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곧이곧대로 나아간다면 주변의 시선과 주위 사람들은 모두 나를 비판하고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라며 외롭게 만든다. 나의 생각은 그 누구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별나고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인 것이다.


누구나 그런 역경과 어려움을 뛰어넘고 성공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이 가족과 관련된 상황이라면, 누군가가 나를 의지해야 할 상황에 떠맡을 사람이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젯밤에는 하루 종일 울고 또 울었다. 가족이 처한 상황에 슬펐고, 이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내게 화가 나서 울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평범하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웃으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을 돌보고 아무도 깨어있지 않는 밤이 되어야 내 오랜 꿈을 다시 꺼내어 볼 예정이다.


내 시간도 매우 소중하지만 나를 향한 가족의 사랑도 보듬어 드리기로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기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밑바닥을 찍은 지금 다시 위로 오를 준비를 하며 고무줄을 더 단단히 몸에 묶을 것이다. 높이 올랐을 때 당황하지 않고 비행할 수 있도록 언제나 만발의 준비를 하며 지금을 무사히 넘길 것이다.


그만두지 않는다.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 절대 후회할 일을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은 후회할 일이 더 큰 쪽에 시간을 쓸 뿐이다. 지금은 그저 하얀 도화지 위에 검은색 물감을 칠해야 할 시간일 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