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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뜻뜻 May 18. 2024

고독사, 외로운 죽음.

리처드 로퍼, <고독사를 피하는 법>




그들의 죽음은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나 미지불 청구서 때문에만 알려졌다. P19
그들 삶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할 사람, 그들이 고통을 겪고 사랑도 겪고 그 밖에 모든 일을 겪은 이 세상의 구성원이었음을 인정할 사람이 장례식장에 없다고 생각하니, 앤드루는 견딜 수가 없었다. P103
이 상황은 정부가 세운 계획의 일부여야 한다고. 모든 사람에게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이런 저녁을 누릴 법적인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P291



<고독사를 피하는 법>은 논픽션 작가인 리처드로퍼가 쓴 소설로 그의 첫 데뷔작이다. 주인공 앤드루 스미스는 혼자 사는 마흔 두 살의 남성이다. 그는 영국의 공중 보건법에 의거해서 관할 내 발생한 '고독사' 사건을 담당하는 구청 직원으로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장의사와 연락하고 지역 신문에 연고자를 찾는 일들을 하고 있다. 앤드루는 다양한 고독사를 마주하며 고독사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간다.


2020년 한국에서 고독사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은 2,88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 10~ 30대 무연고 사망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여 지난해는 100건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관련이 깊다. 혼자 사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심리적 고립의 위험성도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사회적 문제로 보는 인식변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사회구성원들이 어떠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소설에서는 낯선 사람이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어질러진 집을 깨끗하게 청소한 할머니,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서 젊었을 때 사진들을 남겨둔  할아버지가 있다. 현실은 소설과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대전의 한 원룸에서는 수백 개의 담배꽁초와 기출문제집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는 책상 옆 화장실에서 사그라져간 30대 청년이 있었다. 이들은 삶을 선택할 자유 없이 아침마다 자기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눈을 떴을 것이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혼자 사는 삶을 10년 넘게 지속 중인 나에게 이 책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지금은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늙고 병들었을 때 나도 고독사 하지 않을까. 유서라도 미리 써놔야 할까. 막연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관이 되는 불안감은 덤이었다. 우리는 잠재적 앤드루이다. 고독사 확률이 0%가 아닌 사회에서 사는 존재. 그렇다면 이 확률을 낮춰 줄 방법은 무엇일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족이 있다는 환상에 빠져들 기회를 주어서 고마웠다는 뜻이었다. 평범하다는 느낌. 어찌나 희한하게 가슴 떨리고 무서웠던지." 이 문장은 책의 주제를 관통한다. 가족을 통해 평범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행복감과 안도감. 주인공 앤드루는 가족을 만남으로써 죽음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우리가, 사회가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주는 것이 고독사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책은 말한다.


2022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이라고 통계청은 발표했다. 각종 기업은 앞다퉈 1인 가구에 맞는 제품들을 개발하고 판매했지만. 당연하게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1인 가구는 대상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 못해서 쇠약해져 가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들을 간과하고 있었다. 지금도 누군가는 외로운 죽음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고독사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와 삶이라는 노래의 마지막을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관심이 필요하다. 일본은 늘어나는 고독사에 대처하기 위해 '고독담당실'을 설치했으며, 영국은 체육시민사회 장관을 '외로움 장관'으로 겸직 임명하고 있다. 한국도 고독사에 대한 사회 정책, 그에 따른 사회구성원들의 인식변화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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