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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통 Jun 29. 2023

책에 대한 <찐>과 진심을 다하여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을 읽고, 강연을 가서 - 늦은 기록

아무리 작은 진심이라도 담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질척이는 고백을 아무렇지 않게, 덧붙일 수도 없고 삭제할 수도 없이 종이 위에 내놓게 되었다. 52P.


그들은 읽기라는 막노동을 재미로 바꾸는 마법사들이다. 파주는 호그와트이다. 153P.


딱 마주쳤을 때, 변태 같은 책들이 있다. ‘찐’들을 노린 디자인이라고 해야 할까? 따지고 보면 그런 책들을 볼 때 반응하는 건 나니까, 내 변태성을 꿰뚫은 책. 카페에서 마주치자마자 바로 질러버린 그런 책이었다. 마침 근시일 내에 강연이 있다고 해서 지른 이유도 있었지만. 펼치고, 순식간에 읽었다. 책의 내용이 가볍다, 라기보단 책에 관해서 관심이 있다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책에 대한 책. 다른 책들을 소개하는 책들은 대게 입문서나 가벼운 소개를 위해 읽기 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책에 대한 책들에) 책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 책이 보다 쉽고 가벼운 책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서평/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진 글들은 따지고 보면 업계 연관자(?)들이 썼기에, 그만큼 자신이 바라본 ‘책’에 대한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고찰의 성격이 진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책에 대한 책도, 관심이 있어야 입문서로 볼만한 것이지만, 경험의 색채가 더 묻어나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비주류 중의 비주류에서 일했던 만큼 이야기도 나오면 좋았겠지만, 다행히(?) 그쪽은 많이 나오진 않았다. 독립출판물, 유통, 편집, 글쓰기, 번역, 디자인 등에 대해서 다양한 방면에서 바라본 ‘책’은 보면 볼수록 모르겠고 난해한 종합예술 같다.


개인적으로는 편집자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지에 관한 내용과 디자이너가 바라본 책을 만드는 작업에 관한 내용들이 가장 재밌었는데, 전자는 (편집자는 아니었지만) 많이 공감되고, 후자는 크게 생각을 안 해봤는데 너무나 재밌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좋아하는 글들은 개인 취향이지만, 그 누구 하나 책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져 읽는 내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면모는 책에서보다 북토크에서 강하게 느껴졌는데, 각자만의 공감 포인트가 있다 보니 듣고 있는데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이런 책인만큼 당연하게(?) 관계자들이 많이 왔던 것 같은데, 단순히 ‘독자’로서가 아닌 공감대가 형성되는 건 처음 느껴본 것 같다. 아울러 이만큼 책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기에,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덕업일치라기보다는 일로써 바라보는 책과 애정으로 바라보는 책의 관점이 다르기에 확실히 ‘업’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애정이 앞서서 일을 공친 경우가 꽤 있었는데, 이게 단순히 ‘책’으로만 통용이 되는걸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는 책에 대한 관점이 두드러지지만, 강연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보는 것이다보니 더 많은 이야기, 정보를 끌어낼 수 있던 것 같다. 사회생활과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전 회사를 그만두면서, 업계 탈출이냐는 말을 꽤 많이 들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애정을 가지고 책도 보고, ‘일’들을 해봐야겠다는 것이다. 종이책이 당장 내일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 종말에 대해 끝자락 즈음에 생각해볼 것 같다는 말처럼, 내 종말은 당장 오진 않으니까.


-2023051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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