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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통 Jun 29. 2023

게으름과 웃으며 마주치기

<스마일>을 읽고 - 늦은 기록

세상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중요한 사람과 중요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죽을힘을 다해서 중요한 사람이 되도록 해요. - 14~15P.


내가 알기로 소설가는 이야기를 칼로 자르고 분해한 다음 처음부터 다시 조립하는 사람들이다.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다 보면 이야기의 원래 형체는 없어지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 이야기도 피곤해지고, 소설가도 피곤해진다. - 48P.


누구나 죽습니다. 나도 죽고, 당신도 죽고. 버스에 붙여놓은 건 나한테 하는 소리입니다. 나는 곧 죽으니까ᆞ 정신 차리고 살아라. 한 시간도 잊어먹지 말고,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라. 오래오래 살기 위해서는 죽는다는 걸 알아야죠. - 189P.


그놈의 게으름을 얘기하면서, 언제부터 독후감 쓰는 것을 힘겨워했나를 생각해보았다. 작년에 이 책을 읽은 이후였다. 분명 재밌게 읽었는데 글로 정리하려니 정리가 잘 되지 않았고, 점점 한두 권씩 쌓여갔다. 최근에 독후감과 글을 다시 쓰는 가닥을 잡고자, 다시 한번 처음부터 읽어 보았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데 웃음을 찾고자.


사실 일전 읽었던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에서 언급했듯, 그 책에서 언급된 상상력의 연장선에 가까운 소설들이기도 했다. 물론 가볍게 보이는 상상력도 이야기가 깊어지면 훨씬 무거워지니, 우스운 상상력은 아니었다. 1년 전에 읽었을 때와 지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생각보다 세상은 ‘나’보다 더 빠르게 바뀌었단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던 김중혁 작가의 모습은 사물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시선이었지만, 스마일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사물보다는 현상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AI’, ‘기후문제’, ‘불안함’, ‘반성’ 등 말만 들어도 거대하고 골치 아픈 문제들이긴하지만, 이 현상들에 대해서 풀어내는 방식이 골치 아픈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유쾌하게 읽더라도, 주제가 주제인 만큼 블랙 코미디 같은 부분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세상이 빠르게 바뀐다는 말을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보자면, <왼>과 <휴가 중인 시체>를 제외한 소설들 중 ‘마약 (<스마일>)’과 ‘AI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차오>)’가 언급된 부분들이 있다. 작년에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 아 이런 이야기도 쓸 수도 있구나 했는데, 생각보다 뉴스와 주변 사람들로만 바라본 세상에서도 ‘마약’은 훨씬 심각성이 커져 있었고, AI는 그림, 챗GPT 등을 통해 관심도 받지만 동시에 문제들도 많이 발생하는 중이었다.


소설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에게 종종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추천하며, 오히려 트랜드를 보는데 용이하다고 주장(?)하는 나지만, 김중혁 작가의 관찰과 시선은 이 부분에서는 선구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 내 시선이 그만큼 좁았던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집이 사회적 문제에 치중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들은 화자의 관점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길을 잃고, 기계가 망가지고, 과거를 후회하고, 답을 찾기도 하는 이 이야기들은 시원하게 웃을 수도 있고,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써도 약이라고 생각하니, 생각이 많아지면서도 기분은 좋아하는 묘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왜 써도 약이라고 생각을 했을까, 웃음이 보약이니까. 이딴 개드립으로 생각을 정리하다가, 앞에다가 ‘글’을 붙여보았다. ‘글은 써도 약, 글을 쓰니까 약’이라는 말장난을 해보고 혼자 웃었다. 단 것만 편식하진 말아야겠다.


여담으로 다시 읽게 된 계기는 일전의 어려웠던 것을 마주하고, 웃어넘기기 위함도 있지만 최근에 실실 웃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제도서전 주간이라서 그런지 그냥 기대만 된다. 가서 노는 것도, 새로운 책들을 볼 것도. 통장이 우는 건 모르고, 토요일에 가서 다시 웃어볼 예정이다.


-2023061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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