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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L Nov 03. 2019

출판사 편집자란 직업에 대한 담론② 취업은?

앞서 1편(https://brunch.co.kr/@booktuberl/15)에서는 출판사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했었다. 이번에는 '취업'에 대해 짧막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실 쪽지와 댓글, 메일로 받는 대부분의 문의가 출판사 취업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출판사의 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인데(출판사 5만 곳 중 대부분은 1인 출판사다), 실제로 한 해 국립중앙도서관에 신간을 납본하는 출판사는 3천여 곳가량이라고 한다. 이 중 연간 20종 이하로 발행하는 출판사가 80% 이상이라고 하니 대다수의 출판사는 제대로 그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위험한 말일 수 있지만 어쨌든 1년에 나오는 책이 손에 꼽는 곳은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라고 하기엔 빈약하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면 출판사의 수가 3만이든, 5만이든, 10만이든 결국 편집자 지망생들의 목표는 신간을 출간하는 '살아 있는' 3천여 곳의 출판사로 좁혀진다. 그중에서 활발히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는 다시 약 600곳으로 추려지기 때문에 그만큼 풀이 작고, 정보도 적다는 뜻이다.


물론 취업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시간은 좀 소요되지만 책을 읽는 방법도 있고, 인터넷 검색, 현직자에게 조언을 얻는 방법 등도 있다. 일전에 <편집자 되는 법>이라는 책의 서평(https://blog.naver.com/jubilant8627/221484021563)을 쓴 적이 있는데, 이 책과 비슷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총 2가지다. '무엇을' 준비하고 갖춰야 하는지, '어떻게' 취업 정보를 얻고 '분별'해야 하는지다. 참고로 전편에 이어 다시 강조하지만 나는 출판업계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 또 대변할 수도 없다. 그리고 정말 굉장히 작고 좁은 경험에 근거해 쓴 글이니 그저 참고용으로만 유의미할 따름이다.  







1. 출판사에 취직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갖춰야 할까?

사실 딱히 정해진 게 없다. 무엇무엇은 반드시 준비하세요, 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누군가 질문할 때마다 곤란해한 기억이 있다. 우선 전공의 경우 딱히 편집자를 위한 전공이랄 게 없다. 반드시 문과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문창과나 국문과라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다. 짧은 견문이지만, 자소서와 면접에서 자신의 전공을 '어떻게' 해당 출판사와 연관 짓고, 편집자란 직업과 연관 짓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학벌과 학점은 어떤가? 학벌과 학점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다. 물론 학벌과 학점이 좋다고 입사해서 일을 무조건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출판사도 결국에는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를 간과할 수는 없다. 그저 업무를 성실히 해낼 확률이 더 높은 것뿐이다. 그러니 이를 무시할 수 없다.


하다못해 게임회사조차 학벌을 중시한다. 아무리 게임에 흥미가 높고, 많이 해왔고, 포트폴리오가 뛰어나고, 실무 능력이 좋아도 회사는 알아주지 않는다. 아니, 알아줄 수 없다. 인사팀이라는 게 존재하고, 포트폴리오나 실무 능력을 검증하는 시스템은 작은 회사든 큰 회사든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결국 인사팀이나 시스템도 회사 입장에서는 유지하고 활용하는 데 '비용'이 소모된다. 지원자가 100명이면 100명의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논문을 읽듯이 분석하고 일일이 하나하나 점수를 매길 수가 없다. 하나하나 다 들여다보려면 시간과 돈, 인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채용 담당자라고 해서 채용자를 선별하는 데 모든 업무 시간을 쏟을 수는 없다. 하다못해 소규모인 경우가 많은 출판사는 더더욱 그럴 여유가 없다. 물론 성의 있고 좋아 보이는 지원서와 대충 쓴 티가 확 나는 지원서는 분별이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추리면 비슷비슷해진다. 결국 그중 고르라면 학점과 학벌을 보게 될 수밖에 없다. 대표에 따라 학점은 상관없다고 생각하거나, 학벌을 중요시하지 않거나 하는 출판사도 있겠지만, 결국 지원자의 입장에선 그런 출판사만 입사 확률이 있는 셈이니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자격증 역시 마찬가지다. 학벌이 좋지 않고, 학점 또한 3점대였던 나는 초조한 마음에 이것저것 손을 댔다. 사무자동화 산업기사, 전자출판 기능사, 워드 프로세서, kbs 한국어능력시험 등을 취득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것들이 서류 합격의 당락을 결정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소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쓸 말이 생겼을 따름이다. 당장 '책을 좋아한다.'라는 상투적인 말 말고 적을 게 없다고 생각된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막연히 책이 좋아서 편집자가 하고 싶다고 쓰는 건 그저 당연한 이야기를 뻔하게 늘어놓는 것과 다름 없으니까 말이다.


그럼 학벌도, 학점도, 자격증도 그저 '좋으면 좋다' 수준이라면, 이미 졸업한 취준생은 무엇을 더 준비할 수 있을까? 내가 추천하는 곳은 서울출판예비학교, 그러니까 SBI 출판학교(http://www.sbin.or.kr/)나 한겨레교육(http://www.hanter21.co.kr/)에서 출판 관련 교육을 이수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두 곳의 교육을 이수하고 출판사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후자의 출판 편집학교 과정을 거쳤으니까 말이다.


https://blog.naver.com/jubilant8627/220944747541


다만 '돈'과 '시간'이라는 비용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자의 경우 교육 과정도 길고, 따로 시험도 보고 면접도 봐야 해서 당장 취업이 급하다면 선택이 꺼려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교육 과정이 짧고, 시험이나 면접도 없지만 비용이 크게 든다는 단점이 있다. 어쨌거나 대학생이 아닌데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져 무언가를 더 해보고 싶다면 위 두 곳의 교육을 이수해보는 것을 고려해보기 바란다.


끝으로 '외국어' 능력은 정말 큰 무기가 된다. 대부분의 메이저 출판사들이 외국어 능력을 중시한다. 외서를 검토하거나 책을 기획할 때 유용히 쓰이기 때문이다.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에 자신 있다면 굉장히 큰 메리트가 된다. 단 이 부분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영역이니 본인의 상황과 여건을 고려하기 바란다.


2. '어떻게' 취업 정보를 얻고, 분별해야 할까?

북에디터(http://www.bookeditor.org)라는 편집자들을 위한 사이트가 있다. 개인적으로 적나라하고 공격적인 글이 많아 좋아하진 않지만, 구인구직 게시판은 활발한 편이다. 또 직원의 입장에서 '나쁜' 출판사에 대한 정보도 활발히 올라온다(물론 이를 분별해 보는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등 기존의 취업 사이트에서도 당연히 출판사 구인 글이 올라온다. 당장 취업할 생각이 없더라도 꾸준히 들여다보기 바란다. 구인 글을 통해 출판사가 대략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사람을 뽑는 출판사가 '갑'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취업이 급해도 노동자는 결코 노예가 아니다. 당연하지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갖춘 회사를 찾자. 면접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사람을 가려 뽑는 자리가 아니다.  면접은 지원자가 회사를 '가려' 입사할지 말지 결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월급이나 예우, 복지 수준을 정확하게 공개하는 곳이 거의 없다. 따라서 회사 관계자를 알지 못하면 잡플래닛 따위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역시 부정확할 때가 많다. 결국 면접에서 물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도 되지 않거나, 긴 수습 기간을 강요하거나, 연차가 적거나(혹은 아예 없거나), 야근이 잦거나, 야근 수당이 없거나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하물며 이름 있는 출판사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을 뽑는데 11개월만 일을 시킨다고 하는 곳도 있다. 당장 사람은 써야 하는데 퇴직금은 주기 싫다는 뜻이다. 또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해 1/13로 월급을 준다든지, 4대보험이 없다든지, 오너가 폭언을 일삼는다든지 등 언급하면 입 아플 당연한 부분도 확인해야 한다.


만일 정말 이 출판사에 확신이 있고, 꼭 합격하고 싶은데 이런 것들을 일일이 입사 전에 물어보는 게 합격에 불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설사 불합리한 계약일지라도 1~2년 꾹 참고 경력을 쌓아 이직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최소한 반드시 근속연수 정도는 물어보기 바란다. 조건이 좋아도 근속이 짧다면 다 이유가 있다. 출판사는 정말 직원에 대한 대우가 나쁘기로 유명한 곳이다(돈이든 복지든). 그러니 업계가 원래 그렇다, 우리 회사 사정이 어려워 이렇다, 하는 이야기에 바보같이 속는 일은 없기 바란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jubilant8627/22155878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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