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절 인연'이라는 말을 자주 곱씹으며 살아간다. 어떤 만남도, 어떤 헤어짐도, 다 때가 있다는 말. 그 말이 관계가 소원해지는 친구들을 떠올릴 때마다 아쉬움을 덜어준다. 그때의 나는 그게 최선이었고, 그게 전부인 줄 알며 열심히 몰입했다. 그렇기에 '시절 인연'이라는 단어가 주는 뭉클한 감정은 내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큰 힘이 되어준다.
특수교사로서 나는 수업 준비부터 학생 상담, 행정 업무까지 최선을 다했다. 정확하게는 완벽을 추구했다. 통합교육과 특수교육 연구회 활동은 물론, 바리스타, 제과제빵, 목공 등 다양한 자격증 과정도 거쳤다. 마지막에는 문제행동중재 전문가 양성 과정까지 150시간을 쏟아부었다. 어쩌면 이 과정은 특수교육에 대한 나의 미련을 정리하는 불씨에 마지막 힘을 보태는 한 모금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특수교육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기에 분명 훗날 이 시간들을 '시절 인연'으로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믿음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과 '도서관', 그리고 '학교'라는 꿈을 위해 숭의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문헌정보학 학점은행제 과정에 지원했다. 경쟁률이 엄청났지만 당당하게 합격했다. 학부 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따 둔 학점들이 또 다른 길을 열어준 것이다. 성실하게 오늘을 살아온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이수해야 할 전공 학점은 무려 48학점. 매주 토요일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한 학기에 3학점짜리 4과목을 이수하니, 계절학기를 포함하면 총 5학기 코스다. 명동에 8시까지 가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고, 집에 오면 자정이 다 된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와 토요일을 함께 보낼 수 없다는 것은 분명 내가 생각했던 좋은 아빠의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야만 했다. 교육대학원 진학까지 염두에 두었기에 학점도 잘 따야 하고, 1년 반 동안 이어질 과정을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했다. 특히 4과목에 대한 중간고사, 기말고사, 과제, 발표까지 하려니 시작부터 포기하고 싶단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나를 찾아가는 인생 여정의 중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특수교육을 떠나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크지만, 한편으론 특수교육과 학교 도서관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나는 이 길을 걷는다.
'시절 인연'이 내게 새로운 꿈을 향한 용기를 주었듯, 나는 이제 또 다른 인연들을 만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