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업이든 나름의 직업병이 있듯, 우리 특수교사들에게는 허리디스크가 숙명과도 같다. 나 또한 허리디스크 수술을 했고, 통증은 이제 내 몸의 일부처럼 늘 함께한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아팠다. 내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무능한 교사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특히 학교를 옮기는 일은 더 힘들었다. 아프다고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 대신해야 했고, 부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내게 허리 통증은 당당함을 앗아가는 요인이었다. 신체적 문제는 이내 정서적 문제로 이어졌다. 신체에 대한 자신감은 정서적 자신감으로 이어지기 쉬운 법인데, 내 경우엔 우울감으로 다가왔다.
허리디스크 수술 후 재발했고, 아이를 키우느라 잠도 못 자면서 통합교육을 위해 나를 갈아 넣던 시절, 특히나 더 그랬다. 상담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혼자 끙끙 앓았다. 그러던 어느 새벽, 시계는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잠들지 못하고 서성이던 나는 무언가에 이끌려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책을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는 특별한 선택이었다.
손에 잡힌 책은 ‘린치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울감에 빠져있던 나에게 큰 도움이 될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새벽에 그 책은 내게 필요한 문장을 마구마구 전해주었다. 나는 그 문장을 낚싯줄 삼아 내 생각을 종이에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가진 걱정과 불안, 우울감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허우적거리던 모습이 딱하고 어이없을 만큼 정말 별것 없는 실체였다.
세상이 밝아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세상과 만날 용기가 샘솟았다. 이 벅찬 경험을 한 나는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책을 읽고 문장을 낚아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로 삼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나와 상관없을줄 알았던 책에 빠졌고, 도서관에 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 되었다. 그러면서 다른 삶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평생 도서관에서 살면 좋겠다. 도서관에서 나처럼 헤매는 학생들에게 독서치료를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나는 정말로 이 일을 하고 싶어졌다. 허리디스크가 나에게 통증과 좌절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를 주었다. 나는 이제 나를 갈아 넣지 않고,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