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글쓰기의 기본이자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스트레이트’에 대해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와 역삼각형(▼) 구조에 대해 지난 시간에 이렇게 말씀드렸죠.
스트레이트 기사 연습은 이 역삼각형(▼) 구조를 저널리스트의 몸에 새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사회부 사건 담당(주로 경찰서 출입) 저널리스트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라는 사건에 대해 ‘취재’를 했는데 그 내용이 ① ② ③ ④ ⑤ ⑥ ⑦ ⑧ ⑨ ⑩ 총 10개입니다.
그중 이른바 ‘뉴스’가 되는, 의미 있는 팩트(fact)는 ① ③ ⑤ ⑦ ⑨ 5개입니다.
회사(언론사)에 A 사건의 개요를 보고했더니 “세 줄짜리 가십(gossip) 코너에 맞게 기사를 보내라”라고 합니다.
그러면 ① ③ ⑤ ⑦ ⑨ 5개의 팩트 중 3개를 골라서, 가장 중요한 순서부터 역삼각형(▼)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중요도 순서로 줄 세운 팩트가 ①→⑤→⑨→③→⑦이라면, 세 줄짜리 기사에는 ‘①→⑤→⑨’ 세 개의 팩트를 쓰면 됩니다.
A 사건에 대한
1) 팩트(fact∙사실) 10개를 취재하고
2) 그중 ‘뉴스’가 되는 의미 있는 팩트 5개를 골라내고
3) 그 5개 팩트를 중요 순서에 따라 줄을 세우고
4) 회사(언론사)의 요구나 판단에 따라 세 줄짜리 기사에 맞춰 3개의 팩트로 글을 쓰는 것 모두
현장의 저널리스트가 하는 일입니다.
[저널리스트 글쓰기 OT(오리엔테이션) : 좋은 글은 취재에서 나온다]에서 말씀드린 대로 팩트 10개를 ‘취재’하는 것부터 저널리스트의 일입니다.
A 사건에 대해 풍부하게 10개의 팩트를 취재한 저널리스트와 빈약하게 3,4개의 팩트만 취재한 저널리스트의 결과물(스트레이트 기사)이 같은 수준일 수 없겠죠.
“취재한 내용 중 ‘스트레이트거리' 없어?”
현장의 저널리스트들은 선배나 상사(차장 부장 등 데스크)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요.
‘스트레이트거리'는 스트레이트 기사로 소개할 만한, 뉴스 가치 있는 팩트를 의미합니다.
같은 말을 듣고, 같은 자료를 봤는데 어느 저널리스트는 ‘스트레이트거리'를 찾아내 기사화하고, 다른 저널리스트는 그냥 무심코 넘긴다면 그 경쟁력의 차이는 상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정치부 소속 국회 출입 저널리스트였던 2003년에 썼던 짧은 기사가 떠올라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사업을 벤치마킹하라.”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낸 민주당 남궁석(南宮晳) 의원은 (2003년 8월) 8일 기자와 만나 최근 각종 국책사업의 표류 현상을 지적하며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청계천 복원 사업이 주변 상인의 항의와 교통 불편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청계천 복원 후의 아름다운 서울’을 상상하며 이를 참아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대형사업도 이처럼 미래의 비전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 간척사업 논란에 대해 “국토의 70%가 산인 한국에선 간척사업을 하지 않으면 땅값,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한다”며 “간척사업에 따른 환경 문제는 이를 조화롭게 극복한 선진국의 사례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수거물 처리센터 문제에 대해서도 “유치 지역이 정부의 지원을 통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는지, 잘 개발하면 국제적 관광 명소도 될 수 있다는 긍정적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출입 저널리스트를 하면 매일 적잖은 정치인들을 만나 얘기를 나눕니다. 그렇게 들은 얘기 중 뉴스 가치 있는 ‘스트레이트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죠.
저는 당시 여당 소속인 남궁석 의원(2009년에 별세하셨습니다)의 발언('야당 소속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이 ‘스트레이트거리'라고 판단했습니다.
여당 의원이 야당 광역단체장의 사업 추진 방식을 높게 평가하며, 대통령이 그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더 드물죠)
이런 의외성, 예외성은 뉴스 가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200자 원고지 3장(600자)도 안 되는 530자 분량인데요. 그런 의외성 때문에 당시 정치권에서 꽤 화제가 됐던 기억입니다.
한참 뒤에 그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을 취재할 일이 있었는데요, 이 짧은 기사를 기억하며 “그 기사를 보고 남궁석 의원이 참 용기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여당 의원이 그런 말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라고 하더군요.
[저널리스트 글쓰기의 기본이자 기초]인 ‘스트레이트’는 팩트 위주로 쓴다는 형식보다, 그 글에 담을 ‘스트레이트거리'(뉴스 가치 있는 팩트)를 취재해 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해 말씀드립니다.
[시작이 좋은 글이 끝까지 좋다-좋은 첫 줄(Good Lead) 쓰기]도 잊지 않고 계시죠.
아래는 경제부 소속 저널리스트일 때인 2010년에 썼던 ‘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선’ 관련 스트레이트입니다.
“내 첼로에 기내식은 못 줘도 (항공사) 마일리지는 적립해 주세요.”
세계적 첼로 연주가 장한나 씨는 지난해(2009년) 9월 한 TV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호소했다. 그는 공연을 위해 세계를 누빌 때마다 자신의 바로 옆 좌석을 추가로 구입해 분신 같은 첼로를 앉혔다. 그러나 첼로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받지 못했다.
장 씨의 문제 제기 직후 첼로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해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항공마일리지제도 개선팀’을 구성해 대한항공과 협의에 들어갔다. 핵심 쟁점은 △유효기간 연장 △마일리지용 보너스 좌석 확대 △가족합산 범위 확대, 그리고 장한나 씨의 민원인 ‘첼로 등 악기용 좌석 추가 구매’에 대한 마일리지 적립 인정 등이었다.
공정위와 대한항공 간 협의는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적어도 마일리지제도에 관해선 항공사와 소비자의 시각차가 평행선 같아서 이를 좁히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항공사 측은 마일리지를 마케팅의 도구나 소비자에 대한 시혜(施惠)로 생각해 왔고 그 혜택을 확대할 경우 영업상 손실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었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끈질긴 협의 끝에 대한항공은 최근 개선안에 합의해 발표했다.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고 보너스 좌석도 크게 확대됐다. 고객이 몰리는 성수기에도 보너스 좌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마일리지 가족 합산 범위도 기존 직계 존비속에서, 형제자매 시부모 장인장모 사위 며느리까지 확대됐다. 장한나 씨의 민원도 당연히 해결됐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일리지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2010년 9월) 1일 이런 제도 개선을 이끈 시장감시총괄과 항공마일리지개선팀의 유영욱 사무관과 박윤정 조사관을 ‘7월의 공정인’으로 선정했다.
위 글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개선’ 보도자료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글을 보면 보도자료에 많은 팩트가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1)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고
2) 보너스 좌석도 크게 확대됐다.
3) 고객이 몰리는 성수기에도 보너스 좌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4) 마일리지 가족 합산 범위도 기존 직계 존비속에서, 형제자매 시부모 장인장모 사위 며느리까지 확대됐다.
5) 장한나 씨의 민원도 당연히 해결됐다
이 팩트 중에서 저널리스트는 ‘장한나 씨의 첼로 민원’을 리드(첫 줄 도입부)로 소개했습니다.
아마도 그 화제성을 중요한 뉴스 가치로 판단했기 때문이겠죠.
물론 독자나 시청자 중에서는 “장한나 씨 첼로보다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 리드의 선택,
‘어떤 팩트를 최우선적으로 배치할 것인가?’의 선택은 저널리스트가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그 저널리스트가 져야 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