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글쓰기는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 쓰기]라고 계속 말씀드리고 있는데요. 그런 정의(定義)는 미디어 글쓰기 관련 책자 등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25년 6개월 저널리스트 생활을 했던 저의 주관적 현장 체험 표현입니다.
‘대중(독자나 시청자)을 향해 쓰는 미디어 글의 특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심했는데요.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널리스트가 보거나 듣거나 느낀 것 중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읽어서 알 수 있도록 편지를 써야 한다면 얼마나 구체적이고 생생하고 친절해야 하겠습니까?
[미디어 글쓰기 강의 노트]의 후반부 [저널리스트 글쓰기]도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 쓰기’라는 기본 특성은 같습니다. 거듭거듭 끝없이 강조드리는 [Good Listener(잘 듣는 사람) 되기]와 [Good Lead(좋은 첫 줄) 쓰기]도 당연하게 적용됩니다.
오늘은 [저널리스트 글쓰기의 기본이자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스트레이트’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스트레이트 기사’의 뜻을 검색해 보면 ‘신문 또는 방송 기사 중에서 팩트(fact∙사실) 중심으로 전달하는 보도 형식’이라고 많이 나와있습니다.
방송사 메인 뉴스의 기사들이 대부분 ‘스트레이트’입니다. 정치 분야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경제 분야에서는 저런 일이 있었다, 프로야구에서 어느 팀이 이겼다 등의 뉴스가 다 ‘스트레이트 기사’입니다.
팩트(사실)를 중요도 순서로 정리해 보도하는 스트레이트 쓰기 연습은 저널리스트의 기본기 쌓기와 같습니다.
[미디어 글쓰기 강의 노트] 중 [당신은 누구십니까? : 키워드 자기소개서 쓰기 5]의 후반부에 역삼각형(▼) 구조에 대해 말씀드렸던 것 기억하시나요.
미디어 글쓰기의 역삼각형(▼) 구조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신문 기사나 방송 리포트 모두 제한된 공간, 제한된 시간이란 구조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내용을 가장 먼저 써야 합니다. 그래서 역삼각형(▼)입니다. 공간이나 시간이 부족하면 글의 아랫부분을 자르거나 편집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Good Lead(좋은 첫 줄) 쓰기’는 역삼각형(▼) 구조의 특성과 연결돼 있습니다. ‘제목이자, 주제이고, 손님(독자 또는 시청자)을 부르는 강렬한 손짓’인 핵심 내용을 리드에 쓰지 않고, 글의 맨 뒷부분에 쓴다면 공간이나 시간 제약이 발생할 경우 홀연히 사라져 버릴 수 있으니까요.
역삼각형(▼) 구조로 1000자 분량을 써놓고, 300자만 필요하면 가장 위에 있는 리드 부분 300자만 보내면 됩니다. 500자가 필요하면 위로부터 절반까지를, 1000자가 필요하면 역삼각형(▼) 전체를 보내면 되는 것이죠.
스트레이트 기사 연습은 이 역삼각형(▼) 구조를 저널리스트의 몸에 새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사회부 사건 담당(주로 경찰서 출입) 저널리스트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라는 사건에 대해 ‘취재’를 했는데 그 내용이 ① ② ③ ④ ⑤ ⑥ ⑦ ⑧ ⑨ ⑩ 총 10개입니다.
그중 이른바 ‘뉴스’가 되는, 의미 있는 팩트(fact)는 ① ③ ⑤ ⑦ ⑨ 5개입니다.
회사(언론사)에 A 사건의 개요를 보고했더니 “세 줄짜리 가십(gossip) 코너에 맞게 기사를 보내라”라고 합니다.
그러면 ① ③ ⑤ ⑦ ⑨ 5개의 팩트 중 3개를 골라서, 가장 중요한 순서부터 역삼각형(▼)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중요도 순서로 줄 세운 팩트가 ①→⑤→⑨→③→⑦이라면, 세 줄짜리 기사에는 ‘①→⑤→⑨’ 세 개의 팩트를 쓰면 됩니다.
사회부 소속 주니어 시절 많이 썼던 그 세 줄짜리 가십입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996년 10월) 26일 외상값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골손님의 승용차를 훔쳐 면허 없이 몰고 다닌 단란주점 종업원 임모 군(18·S상고 3년·서울 양천구 신월3동)을 절도혐의로 구속…
▼…임군은 지난 22일 오후 3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 1차 우성아파트 주차장에서 자신이 일하는 서울 강서구 화곡1동 Y단란주점의 단골손님인 김모 씨(41)의 그랜저 승용차를 미리 준비한 열쇠로 열고 훔쳐 달아난 혐의…
▼…임군은 경찰에서 “가게주인이 ‘김 씨의 외상값 45만 원을 받아서 월급으로 가져라’고 말해 돈을 받으러 갔는데 김 씨가 ‘기억이 없다’고 말해 홧김에 차를 훔치게 됐다”며 선처를 호소….
▼…(1996년 7월) 14일 오후 8시 50분경 서울 중구 저동 1가 중앙극장에서 상영 중이던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트위스터’ 5회분 중요장면이 10여분 동안 끊겨 관람객 5백여 명이 환불을 요구하다가 1시간 만에 해산하는 등 소동…
▼…관람객 정모 씨(28∙대학생)는 “영화 시작 5분 만에 1∼2분 정도 화면이 끊기더니 클라이맥스인 돌풍 장면에서는 10여 차례나 상영이 중단돼 영화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분통…
▼…극장 측은 사과방송도 없이 끊긴 장면만 15분 동안 재상영하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관람객들이 격렬히 항의하자 뒤늦게 “전압기에 문제가 생겨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공개 사과한 뒤 관람객 전원에 대해 입장료 2배 환불을 약속….
첫 기사는 ‘외상값 안 갚는 단골손님의 승용차를 훔친 단란주점 종업원 이야기’이고, 두 번째 기사는 ‘상영 중이던 영화의 중요장면이 끊겨서 관람객들이 집단 항의했다는 이야기’라는 걸 리드(첫 줄)만 읽어도 알 수 있으시겠죠.
신문 지면이나 방송 뉴스 시간이 부족해서 위의 세 줄 뉴스를 ‘한 줄’만 보도할 수 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줄 쳐내고 리드(첫 줄)만 내보내면 되겠죠.
기사의 구성이 역삼각형(▼) 구조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세 줄 가십 형식이 아닌, 아래의 다른 일반적인 스트레이트 기사도 역삼각형(▼) 구조를 인식하며 읽어보시죠. 마찬가지로 리드만 봐도 사건의 개요를 알 수 있으실 겁니다.
(1997년 5월) 12일 오전 8시 20분경 서울지하철 5호선 천호역에서 광나루역 방향 하저터널 6백30m 지점 배수펌프실에서 화재가 발생, 이 구간을 지나던 양방향 전동차 4대가 급정거 후 서행하고 천호역사가 10여 분간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평소 2분 정도 걸리던 천호역과 광나루역 사이 하저터널구간을 지나는데 10여 분이 소요돼 4대의 전동차에 타고 있던 7천여 명의 승객들이 매캐한 화재연기에 시달리며 공포에 떨었다.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도시철도공사 측은 4대의 전동차를 정전된 천호역에 정차시키지 않아 이 역에서 하차하려던 승객 5백여 명이 다음 역인 강동역과 광나루역에서 내려 때아닌 지각사태를 빚기도 했다.
(1996년 11월) 18일 오후 8시 반경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사업소 내 조립식 주택 3동 4호에서 불이 나 김모 씨(57)가 숨지고 3동과 4동에 살고 있던 20여 가구를 모두 태우고 1시간여 만에 꺼졌다.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당시 단전(斷電) 중이었다는 주민들의 말에 따라 촛불 등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난지도 조립식 주택은 80년대 중반에 지어진 것으로 낡고 오래돼 그동안 전기누전에 의한 화재가 종종 발생했었는데 난지도에 쓰레기반입이 중단된 뒤 서울시의 철거명령에 불응, 주민 4백여 명이 현재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