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이야기> 독후감 공모전 은상
자유를 위한 날갯짓
- 장삼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이야기>를 읽고
하늘을 날며 발밑에 펼쳐진 울창한 산들을 내려다봤다. 수많은 고지들이 능선 따라 이어져 있었다. 군사분계선에 펼쳐진 고지들도 이와 같지 않을까. 피와 땀으로 얼룩진 고지들. 끝끝내 국군이 점령을 한 곳도 있고, 적에게 내어준 곳도 있을 터다. 정전을 맞이하기 전까지 고지의 주인은 수십 번이나 뒤바뀌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금수강산이 펼쳐진 한반도는 애초에 우리 모두가 대대손손 살던 땅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사무쳤다. 어쩌다 우리끼리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게 된 걸까. 그 이념이란 게 사람 목숨보다 중하다면 얼마나 중하다고.
3년 1개월 3일간 이어진 긴 전쟁 끝에 정전을 맞았다. 종전이 아닌 까닭에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대치 중이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63개국에서 유엔군으로 참전했고, 양쪽 군인만 해도 250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맥아더 사령관이 “이 나라를 일으키려면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쟁으로 인해 이 땅은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지금은 부족함 없이 넘치는 풍요 속에서 살고 있다. 국민 모두의 힘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궁핍했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문득, 이렇게 잘살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졌다. 책을 통해 자세히 알고 싶어 도서관을 찾았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이야기>라는 책이 한눈에 들어왔다. 6·25전쟁 참전용사셨던 할아버지 생각이 나 단숨에 펼쳐 읽었다.
6·25전쟁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싸워 이겼는지 손주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할아버지가 해주는 6·25전쟁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치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무릎에 나를 앉혀놓고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았을까.
책에는 여러 영웅의 일화가 담겨 있는데, 그중 가장 깊이 내 마음을 흔든 인물은 ‘딘 헤스 대령’이었다. 목사였던 그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공군에 자원입대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6·25전쟁에서도 활약하며 우리의 공군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군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일조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내 전투기 20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By Faith, I Fly!, 나는 믿음으로 난다!”
그는 자신의 좌우명을 항공기에도 새겼다. 굳은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 공군을 일으키는 데 지대한 공을 들여 공군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그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일화가 몇 개 있다. 1·4후퇴를 앞두고, 유엔군은 보살피고 있던 전쟁고아들을 두고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헤스 대령은 어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유모차 공수작전’을 펼쳤고, 무려 1,059명의 아이들을 무사히 제주도로 이동시켰다. 전쟁이 끝나고도 고아들을 돌보며 20년 동안 후원금을 모았다. 그의 자서전, <전송가>는 영화로 상영되기까지 했다. 영화 수익금 전액은 제주도 보육원에 기부했으며, 한 아이를 자기 딸로 입양해 키웠다. 이렇듯 믿음으로 날았던, 딘 헤스 대령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다.
나 또한 헤스 대령처럼 신학도였다.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을 했고, 입대해서는 항공기 조종사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와닿았다. 그가 진주만 공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목사에서 군조종사가 되었듯, 나는 제2연평해전을 간접적으로 경험했고, 그 경험이 훗날 전도사에서 군조종사가 되게 이끌었다. 제2연평해전이 일어났을 때, 아버지가 탄 함정도 출항했었다. 다행히 아버지께서는 무사히 돌아오셨으나, 젊은 6인의 용사는 북한군과 끝까지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그 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는 군인에 대한 존경심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고, 자연스레 군인이란 꿈을 가슴에 품었다. 아버지가 걸어가신 발자취를 따라 해군에 입대하여 험난했던 비행교육을 수료하였고, 마침내 항공기 조종사가 되었다. 앞으로의 군 생활은 헤스 대령을 등대 삼아 그의 뒤를 따라가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책을 읽고 나서 헤스 대령 외에도 삶의 이정표로 삼고 싶은 영웅들을 여럿 마주했다. 한강 방어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김홍일 장군, 맥아더 사령관에게 철수 명령이 내리지 않는 한 죽는 순간까지 이곳을 지킬 것이라 말한 소년병,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앞장서서 돌격한 백선엽 장군, 5천 분의 1의 도박 같은 확률을 뚫고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한 맥아더 사령관과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영웅 켈로부대, 부상자와 물자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았던 스미스 장군, 6·25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중장에서 중령으로의 강등을 불사한 몽클라르 장군까지, 귀감이 되는 영웅들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책에 언급된 영웅들 외에도 이 나라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이들은 수없이 많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에 이렇게 자유를 누리고 있다.
“자유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해. 아픔은 상처를 남기지만, 그로 인해 배운 것들은 절대로 헛되지 않을 테니 딛고 일어선 그 자리에서 더 든든히 이 나라를 지켜주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이 나라가 어떤 희생으로 지켜졌는지 책을 통해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그들이 끝까지 사수한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군복을 입었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지금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있기에 이 자유가 있는 것이다. 오늘도 자유를 위한, 자유를 향한 날갯짓을 한다. 푸른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위로 힘차게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