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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Sep 28. 2018

3-109.

시간은 만들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180926

시간은 만들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나중에 여유가 좀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다. 관심있는 분야의 공부를 좀더 해보고 싶기도 하고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것들도 몇 가지 있다. 예전에는 하고 싶었던 것이 이렇게 까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는 것이 많아져서 그런지 하고픈 일들이 자꾸 많아진다. 그래서 남들이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자동으로 나도 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빈 말이 아니라 진짜다.

어렸을 적에 나는 왈가닥-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는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고 학교끝나면 제때 집에 오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집은 항상 일이 많아 일꾼 아주머니들이 항상 계시곤 했는데 그분들께서 동네에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면 나에게 물어보면 안다고 00일보 기자라고 놀리곤 하셨단다. 또 우리집에는 내 감나무가 있는데 다른 감나무보다 일찍 익는 그 감나무에 폴-짝 올라가 감을 따서 먹는다고 가족을 비롯한 친척들은 그 감나무를 ‘내 감나무’라 했다. 가을이면 집안에 있는 감나무에 감을 따는 일은 항상 내 몫이었다.  조금 커서는 설거지를 시키는 그릇을 깨먹기 일쑤여서 엄마는 내게 손에 가시가 달렸냐고 했다. 냄비를 사용하다 태워먹길 반복하니 나중에는 너 시집갈 때 새놈으로 다 사놓고 가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얌전한 구석이라는 찾아보기 힘든 아이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런 나와 어울리지 않게 십자수나 바느질을 좋아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뜨개질도 좋아해서 목도리를 뜨기도 하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책공방에서 실로 책을 엮는 일이 나에겐 일이면서도 즐거움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바쁜 와중에 그 일을 하려고 하면 언제하나 싶으면서도 내심 서류 작업 말고 글그런 일이 많아서 자주자주 그 일을 했으면 싶기도 하다. 책공방에 있는 동안 다른 공부도 많이 했지만 특히 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기분이다. 여러가지 다양한 상황들에 놓이면서 나는 그러한 상황들을 마주하는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어진 것이 많아진 이유는 다양한 것에 눈을 떠서도 있지만 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 큰 일을 겪으면서 내가 변한 것 중에 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이상 미루지 말자고 생각한 것이고 또 하나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좀더 구체적으로 해야겠구나 생각한 것이다.

항상 바쁘다고 시간이 없다고 언젠가 혹은 나중으로 미뤄두었던 일을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진행하기로 했다. 몇년 전부터 약속을 잡거나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그렇게 아둥바둥- 전전긍긍-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주어진 범위에서 주어진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람의 욕심은 한도끝도 없어 그렇게 내어주다 보면 한도끝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영영 그렇게만 살다 어느 순간 내 의지와 별개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 나는 많이 후회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시작하고 사람들도 자주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에도 자주 다니며 나를 충전시킬 생각이다. 책공방 일을 소홀히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노라노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10% 정도의 여유를 둘 생각이다.



 그 첫 스타트는 재봉틀이다. 재봉틀을 잘 다루게 된다면 재미난 것들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고 마침 우리집엔 엄마의 오랜된 재봉틀이 있었다. 내가 재봉틀 해보겠다고 나서니 엄마는 할 줄은 아냐고 했다. 나는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엄마가 가르쳐 줘야지를 외쳤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피곤했던 엄마를 붙잡고 재봉틀에 실을 끼웠다. 엄마의 말대로 실을 끼웠는데도 자꾸 실이 끊어져 이리저리 해보다 실이 끊어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패달을 밝고 드르륵- 아빠는 소리가 박히는 소리라며 잘 박혔느냐 물으셨다. 나도 소리가 내가 예상했던 소리라 내심 기대하고 결과물을 꺼내보니 처음만 박히고 그 다음부터는 천과 실이 따로 논다. 에라이-



엄마는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안 난다며 나 알아서 하라고 잠자리에 드시고 나홀로 몇번 꼼지락꼼지락 했으나 실패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일본 전진 후 멈춤이다.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언가 생각했던 것을 실천하는 것만으로 그것을 하지 않았을 때와는 다른 에너지가 샘솟는다. 그래, 이맛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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