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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Oct 28. 2023

프롤로그

"난 안 찔려, 내 두통의 원인, 아마 넌 못 보는 가시관"


음악을 듣다 10초 뒤로 감기를 했다. 평소 즐겨듣던 저스디스의 랩이었는데 워낙 딕션이 좋은 래퍼라 그런지 그의 가사가 귀에 한 단어, 한 단어 꽂혔다. 그중에서도 두통을 가시관에 비유한 참신함에 한 번 놀랐고, 그도 어쩌면 편두통으로 꽤 고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번 더 놀랐다.


세계보건기구인 WHO의 발표에 의하면, 편두통은 전 세계 질병 중 6번째로 흔하고 2번째로 질병 부담이 높은 질환이다. 전 세계 편두통 유병률은 성인 7명 중 1명이며, 여성에게서 3배 더 높게 발생한다고 한다. 편두통은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하지만 30-50대에게 흔하게 발생하며, 극심한 통증뿐 아니라 우울, 불안장애 등을 동반하여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뇌 질환이다. 하지만, 편두통은 그저 단순 두통일 뿐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릴리 엠겔러티 가이드 북)


그렇다. 편두통은 단순 두통이 아니다. 국내만 해도 2020년 편두통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54만 6,508명에 달했고, 이 중, 70%는 여성 환자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 그리고 나 역시 70%라는 숫자 안에 포함되어 있을거라 생각하니, 편두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에 묘한 위로를 얻는다. 


이 브런치북은 소위 말하는 '나의 편두통 이야기'이다. 예전 회사 독서 모임에서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를 다 같이 읽은 적이 있다. 당시 멤버는 나를 포함한 4명이었는데, 그중 2명의 멤버가 어린시절 암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이들이 덤덤하게 '이 작가처럼 엄마가 투병하는 모습을 글로라도 남겼다면, 조금 더 엄마를 추억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했던 그 순간이 여전히 기억에 맴돈다. 이 말의 이면에는 '글로써 엄마와의 추억을 공유한다'는 '공유'의 의미가 있었다. 나 역시, (물론 편두통은 암이나 다른 질병에 비할 바는 아니다) 내가 겪은 두통과 치료,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여전히 편두통과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싸움 속에서 울음과 우울, 분노와 포기 등 다양한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처럼 이 시간에도 관자놀이와 두피를 문지르며 편두통과 씨름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편두통은 어떤 모양인가요?'라고 다정하게 물을 수 있는, 그런 연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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